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심판에서 어제 재판관 9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을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발의를 주도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2월 8일)지 167일 만이다. 이날 결정으로 이 장관은 즉시 장관직에 복귀했다. 이번 탄핵 심판은 헌정 사상 국무위원 상대의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헌재 결정이 정치권과 법조계의 비상한 관심 대상이 돼 왔었다.
이번 심판은 그러나 법조계 인사 상당수가 기각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 사실이었다.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이 장관이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참사 전 미리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하지 않은 것을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유족,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난 업무의 총괄·조정 의무가 있는 행안부 장관이 사전 보호조치를 준비하지 않았고, 사후에도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고 직전까지도 탄핵 촉구 의견서를 낼 정도로 문책 의지를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졌다고는 해도 이 장관과 정부가 유족의 슬픔과 고통 앞에서 더 겸허해져야 하는 이유다.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도 이 장관의 참사 관련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한 것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헌재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과 우리 사회는 재난과 참사를 대하는 자세를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커졌다. 재난·참사가 안긴 고난을 극복하는 데 정부와 국민이 온 힘을 합치고 아픔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적 공방에 매몰돼 국론 분열과 갈등 확대의 구실로 삼는 행위는 더 없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는 뒤로한 채 정쟁만 앞세운다면 재난·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초래될 국가적 손실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성숙한 사회를 열기 위한 모두의 지혜와 협조, 절제와 배려의 미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