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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가짜뉴스ㆍ루머ㆍ의혹에 휘둘린 정치권 ...부끄럽지 않나

논설 위원I 2023.04.12 05:00:00
서울경찰청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관저 선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육군 참모총장 공관 CC(폐쇄회로)TV의 영상을 낱낱이 뒤졌어도 천공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고 그제 밝혔다. 공관 CCTV의 작년 3월 한 달치 영상, 영화 약 2000편 분량을 확보해 디지털 전문 수사관 10명이 한 달 넘게 24시간 영상을 시청하고 매달렸지만 천공이 나오는 장면은 없었다는 것이다. 천공 개입 의혹은 천공이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 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보고 간 후 관저가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이다.

작년 12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의 발언으로 야권에 급속 확산된 이 의혹은 민주당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집과 CCTV 공개를 요구한 데 이어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는 등 대통령실을 맹공격하는 빌미가 됐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한국이 무속 국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거나 “주술의 나라”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섰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고위 군 관계자들의 이름까지 등장해 역술인 한 명이 나라를 주무른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의혹 하나에 정치권이 수개월간 법석을 피운 것은 물론 경찰만 애꿎게 고생한 격이 됐다.

이번 수사 결과는 가짜 뉴스와 루머·의혹 등에 휘둘리는 우리나라 정치권의 민낯을 또 한 번 리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습관처럼 가짜 뉴스를 들고나와 상대방은 물론 국민을 기만한 사례는 청담동 술자리 사건을 비롯해 하나둘이 아니다. 폭로라는 이름의 의혹 제기는 정치인들의 일상사가 돼버렸다. ‘아니면 말고’식의 가짜 뉴스와 루머를 잔뜩 퍼뜨려놓은 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도 책임 한 번 제대로 지지 않는 게 특권처럼 자리잡았다. 마약에 의존하는 상습 중독자들과 다를 게 뭔가.

민주당 비주류 토론회에서도 “무당급 유투버와 팬덤·가짜뉴스가 저질 지도자들과 결합돼 있다”며 정치권의 위기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나왔지만 틀린 데가 없는 말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가짜 뉴스와 루머의 유혹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혼란을 부추기는 거짓 내용으로 이익을 얻으려 한다면 정치를 망치고 자신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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