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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환경제 무엇이 문제인가<하>[플라스틱 넷제로]

김경은 기자I 2023.04.09 09:00:00

순환경제 원년 릴레이 인터뷰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 국장
민간 투자-운영, 재활용 선별시설 BTO 방식 검토
제조사도 재활용 플라스틱 함량 의무화

[편집자주]폐기물 산업의 후진성, 공무원의 탁상행정과 복지부동, 기업의 저조한 참여, 국민의 환경인식 수준 등 문제의 원인은 총체적이다. 어디부터 고쳐나가야 하는 건가 해답이 쉽지 않다. 그러나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순환경제 전환은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건전한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도 우리사회가 반드시 해결할 주요 과제다. 이에 이데일리는 순환경제를 대표하는 업계와 법적 규제의 문제점을 짚어본 뒤 정부 측 입장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상·하로 나눠 게재한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우리 정부가 지난해 10월 국내 제조사들도 페트(PET) 등 플라스틱 최종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규제 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리 정부가 이런 규제 수단을 언급한 것과 비슷한 시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재활용’을 넘어 ‘재사용’ 규제 강화로 전환한 폐기물 및 포장재 규제 개정안을 내놨다.

폐기물 처리 중심의 선형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기에 앞서 국제사회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벅찬 상황이다. 수년째 쏟아진 탈플라스틱 대책에도 국내 플라스틱의 사용은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가파르게 늘어났으며, 대외적으로도 글로벌 규제 수준과의 격차로 인해 국내 기업은 경쟁력 저하라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탓에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져 이해관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순환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주요 플레이어인 정부는 도대체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주목도가 높아지는 이유다.

최근 이데일리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한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폐기물 처리 중심의 체제를 순환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제도를 설계하는데 가장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순환경제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에 환경부의 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다. 순환경제촉진법은 그동안 나온 관련 법규 가운데 가장 포지티브식 규제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폐기물 처리 관점을 넘어서는 규제가 도출될지가 관건이다.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이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사진촬영을 하고있다.
△유럽의 재생 플라스틱 규제에 비해 너무 느슨한 것 아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탈플라스틱 대책에 제조사로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원료 칩 생산으로 의무화하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제조사가 재활용을 해야하는 것이다. 현재 검토 중인 사항이다. 다만 이상적인 방향이긴하나 재생원료를 투입하는 것은 앞으로 시간을 좀 더 두고가야할 문제로 보고있다. 아울러 페트 이외의 다른 재질을 식품용으로 쓰는 것에 대한 품질 기준은 식약처에서 용역을 준 상태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페트(PET) 1만톤 이상 원료 생산자에 대해 재생 원료 사용 의무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는 플라스틱 원료를 납품하는 화학사에 대한 규제로, 유럽 등에서 플라스틱 제조사에 부과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여기에 EU 집행위는 지난해 10월 페트, 기타 폴리머, 일회용 음료병, 기타 패키징용기 등에 대한 재활용 최소 함량 규제를 강화하는 ‘포장 및 포장 폐기물 지침(EU legislation on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재질은 물론 규제수준도 훨씬 강력하다. 플라스틱을 사용한 국내 기업의 제품에 대한 유럽향 수출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

△생활폐기물 플라스틱 환경오염 해결을 위해 대기업의 자본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도 고민인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 재활용업계와 조율해가면서 해나가야한다. 재활용 업계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이 부분은 화학적 재활용으로 풀어가려한다. 또 우리는 워낙 플라스틱 재질이나 색깔도 다양하다. 선별을 잘해야 하는데 우리 기술로는 아직 역부족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쓰려면 비용이 너무 올라가는 문제도 있어 기업에 규제를 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지난해 말 동반성장위원회는 3년간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생활계 배출 플라스틱 선별업과 원료재생업에 진입 및 확장을 자제하고, 중소기업은 원료의 안정적 공급 등에 협조하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협약을 맺도록 했다. 대기업은 화학적 재활용 및 중소기업이 생산하지 않는 고품질 제품 제조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선별 시설 투자가 어려워진 상태다.)

△동반위 결정에 환경부는 어떤 역할을 했나

-동반위가 민간기구다보니 그 당시엔 민간의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하면 내용이 이상해질 수 있어 개입을 하지 못했다. 환경부나 산업부가 개입이 되면 부처간의 일이 되니 동반위도 개입 거절했었다. 이후에 결과가 나온 다음 동반위에서 상생협의체에는 참여를 부탁해와서 함께 논의 중이다. 대기업이 재활용 원료로 투입할 만한 충분한 양의 폐기물을 확보하는 것이 녹록찮다. 민간자본을 통해 짓고 기부채납한 후 20년 동안 운영권을 주는 민간투자사업(BTO)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반성장위 상생협의체에서 논의를 해야한다. 아울러 사업장 폐기물이 생활 폐기물의 5~6배에 달해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다.

△신기술이 적용된 수거·선별시설에 대해 기존 폐기물 시설과 동일한 인허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비합리적이란 지적이 있다.

-고도로 선별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폐기물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나. 애로 사항이 있으면 폐기물의 범주 내에서 규제를 풀어줄 수는 있겠지만, 폐기물을 일반 제품처럼 적용을 해주긴 어렵다. 폐기물에서 여전히 제기되는 이슈 중 하나가 방치폐기물이다. 실제 업장을 가보면 재활용한다고 해놓고 창고에 쌓아두거나 관리를 제대로하지 않아 방치된다. 폐기물이 환경적으로 사업자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보고 나서 판단을 하다보니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는 속도도 느렸다.

△현재 환경부가 가장 중점으로 두는 것은 무엇인가

-순환경제촉진법 하위법령을 어떻게 잘 구현해 나갈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순환원료, 순환이용 등 새롭게 생긴 범위를 명확히하고, 폐기물에 어떻게 더 가치를 부여할지를 정하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 목표를 설정하고 순환경제를 촉진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다. 순환자원 고시와 규제샌드 박스도 도입된다. 그런 부분 통해 기존에 폐기물 관리법에 있는 규제 시스템들을 좀 더 유연하게 바꿔줄 수 있는 것을 설계해야한다. 또 많은 관심사 중 하나가 ‘수리권’인데, 어떤 제품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등 2025년 시행에 앞서 정밀하게 고민을 해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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