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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상최대 '실적잔치' 금융지주, 고객보호 최선 다했나

논설 위원I 2022.04.25 05:00:00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가 올 1분기(1~3월)에 일제히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의 합계 순이익은 4조 6339억원으로 작년 1분기(3조 9680억원)대비 16.9% 늘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의 이자이익이 급증한 덕이다. 4대 금융지주에 속한 은행 4곳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9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4대 금융지주가 시장 전망치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외부 시선은 마냥 호의적이기 어렵다. 서민 고객들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대출금리는 선제적으로 가파르게 올린 반면 예·적금 금리는 조정 시늉만 내면서 나홀로 호황을 누린 흔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신규 취급액 기준, 작년 12월 연 1.55%포인트에서 올 2월 연 1.86%포인트로 확대됐다. 대출금리가 연 3.25%에서 3.56%로 오르는 동안 수신금리는 연 1.70%로 제자리 걸음을 한 탓이다.

민간기업인 금융지주들의 높은 수익성을 놓고 여론이 지나치게 시비할 일은 아니다. 정부가 인위적 시장 개입을 통해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수신금리 인상에는 눈 감은 채 서민 고통과 기업 부담을 늘린 대가로 금융지주가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면 사정이 다르다.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고 폭리를 취했다는 도덕적 비판과 이미지 훼손을 피할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어느 업종보다 신뢰가 중요한 금융계 전체에도 마이너스가 될 일이다.

가계부채가 1860조원을 웃도는 우리 현실에서 대출금리는 서민가계 안정을 위협하는 대형 시한폭탄 중 하나다.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우리도 단계적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점을 감안한다면 금융지주들은 수익 제고에 앞서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고 상황을 이해시킬 노력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를 속히 도입해 고객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관치금융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정보 비대칭성에서 비롯된 고객 불이익을 바로 잡는다는 면에서 미룰 이유가 없다. 경제적 약자의 고통이 커진다면 금융지주도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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