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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대학살론’까지…금리급등에 비명

박정수 기자I 2022.04.19 02:30:00

[금리발작 공포]①
예상밖 급등…국고채 3년 금리 올해 100bp 뛰어
금리 발작에 증권사 채권 손실 한도 도달
"급격한 금리 상승에 손실 피할 방법 없어"
시장서 채안펀드 요구도…"아직은 시기상조"

[이데일리 박정수 지영의 기자]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미국에서 벌어진 ‘채권 대학살’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겪어보지 못했던 금리발작에 증권사들은 혼란에 빠졌고 채권 평가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잇달아 운용을 중단하는가 하면 올해 금리전망은 물론이고 채권운용전략까지 원점 재검토에 나서는 분위기다. 채권시장 빙하기에 비우량기업들은 자금조달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6bp(1bp=0.01%포인트) 오른 2.99%를 기록, 3%에 바짝 다가섰다. 2012년 7월 11일(3.19%) 이후 9년 9개월래 최고 수준을 찍었던 3년물 금리는 지난 11일(3.186%) 이후 2.888%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증권사들의 국고채 3년물 금리 전망이었던 2~2.3%를 훌쩍 뛰어넘어 빠른 속도로 오른 것이다.

이처럼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가 급격하게 움직이면서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채권 손실이 규정상 한도에 도달해 운용을 중단했고, 일부 대형 증권사는 올들어 채권운용에서 800억~1200억원의 평가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9월말 기준 증권사의 채권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장단기 시장금리가 50bp 오른다고 가정하면 가정하면 증권사 채권평가 손실 예상 규모는 약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국고채 3년 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33bp, 5년 금리는 37bp 올랐고, 연초 이후로는 3년 금리는 119bp, 5년 금리는 122bp 급등했다. 한기평 가정에 따르면 2조원에 달하는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1분기에 채권 투자규모를 줄이며 잘 방어한 곳도 4월 들어 급격한 금리상승에 연간 운용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채권운용으로 수익은 커녕 손실만 내지 않아도 성공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준행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말부터 지속해서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나왔고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금리 상승 시 듀레이션(채권의 원금 회수 기간) 조정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해 가격 변동을 방어하나 급격한 금리 상승에는 손실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규모 손실에 회사채 시장은 더 얼어붙은 모습이다. 특히 신용등급 비우량 기업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줄고, 금리도 시장금리보다 더 높게 줘야 그나마 간신히 발행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다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일부 운용사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에 채안펀드 조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년 전 코로나19로 인한 유례없는 위기가 아닌 이상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은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불안 요인이 더 커질 수 있지만 정부가 현 상황을 주시하면서 성급하게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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