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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고공행진…원유 인버스 960억원 베팅 개미 어쩌나

김윤지 기자I 2022.03.15 05:02:00

유가 인버스 ETF, 순매수 상위 포진
백워데이션 롤오버 비용 고려해야
괴리율 발생 ‘곱버스’도 330억원 순매수
“전쟁 멈추고 수요 둔화 신호 나타나야”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심화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원유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원유 레버리지 주가연계증권(ETN)에 개인 자금이 몰리던 2020년 4월을 떠올린다. 실제 일부는 당시처럼 괴리율이 확대된 ‘곱버스’ 상품까지 담고 있어 투자 유의가 요구된다.

(사진=AFP)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이날까지 8거래일 동안 개인 투자자는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499억4447만원, ‘TIGER 원유선물인버스(H)’ 457억255만원치를 각각 사들였다. ‘KODEX 레버리지’(1065억2040만원),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806억4835만원)에 이어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 3, 4위를 차지했다.

둘 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원유 선물가격의 일일 움직임과 연동해 -1배 추적하는 상품이다. WTI 원유 선물의 가격이 하락할 때, 기초지수 일간 하락률만큼의 수익이 발생한다. 단기간 유가가 급등했다는 점에서 조만간 가격이 되돌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기대가 투자자들을 움직이게 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가는 WTI 4월물 기준 100달러 이상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일 123.7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일부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달 말과 비교해도 14.22% 상승한 수준이다. 그 영향으로 이달 들어 KODEX는 -12.62%, TIGER는 -13.44% 각각 손실을 냈다.

롤오버(월물교체)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선물 투자는 만기가 있어 주기적으로 월물을 교체해야 한다. 현재는 근월물의 가격이 차근월물의 가격보다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내는 백워데이션 상태다. 순방향 ETF라면 비싼 값에 근원물을 팔고 값싼 차근월물을 사기 때문에 추가 수익이 발생하지만 인버스 ETF는 백워데이션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즉 기초지수가 회복된다고 해도 롤오버 비용이 추가로 깎여 시장 가격은 이를 따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마켓포인트(단위=원)
◇ 원유 곱버스 ETN, 10%대 괴리율 ‘투자 유의’


일부는 인버스2X, 이른바 ‘곱버스’ 상품도 적극 사들이고 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211억원,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 11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들 ETN은 기초지수의 일간 수익률 -2배를 반영한다.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지난달 2388만주 수준이었던 일 평균 거래량은 이달 들어 6128만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자금이 쏠리면서 시장가와 이론가의 차이인 괴리율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두 ETN의 괴리율은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괴리율이 15%를 넘어섰다. 괴리율이 0%에 가까워야 적정한 가격으로, 괴리율이 10%라는 것은 그만큼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해당 상품들의 손실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증산 시사와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최근 유가를 끌어내렸으나,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 발표와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올해 연말까지 단계적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축소 등 강도 높은 제재가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추세적 하락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또는 원유 수요 둔화 신호가 나타나야 할 것”이라면서 “현재 정유화학업체들 중심으로 수요 둔화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감소폭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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