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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GO를 찾아서]"할머니 꺼 아니에요"…촌스러움에 반하다

김민정 기자I 2020.08.22 00:10:15

코로나 사태 '집콕족' 늘자 'DIY' 소비 늘어
복고 바람에 생활 소품·패션 영역가지 레트로 감성 유행
클래식함과 빈티지함을 자랑하는 '크로셰' 인기
수십년이 흘러도 식지 않는 '라탄' 인기..세련됨에 빠져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최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속되는 코로나 사태에 ‘집콕’ 생활이 늘어나면서 어느새 ‘DIY’(Do It Yourself)가 우리 일상생활에 자리 잡았다.

이런 가운데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스스로 해결하는 ‘손맛’에 중독된 이들이 많아지면서 크로셰(코바늘 뜨개질 기법으로 만든 소재)나 라탄 등을 이용해 인테리어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수년 전부터 집 꾸미기 아이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2030세대가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 그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어느새 유행으로 자리매김했다.

복고 바람 탄 ‘크로셰’..MZ세대에서 인기몰이

올해는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혼성 그룹 노래가 흥하고, 카세트테이프, 곱창 밴드 등 생활 소품과 패션 영역에서도 레트로 감성이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유행은 돌고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Z세대에는 신선함을, 밀레니얼 세대에는 추억을 소환해주는 ‘크로셰’ 역시 레트로 바람을 타고 여름 시즌과 함께 귀환한 것이다.

지난 2005년 크게 유행했던 크로셰는 클래식한 느낌과 빈티지한 분위기를 주는 게 특징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특히 얽히고 설킨 크로셰는 코바늘에 실을 꿰던 할머니의 모습처럼 따스한 추억을 자극하면서 낭만적인 스타일을 연출해준다.

실제 A씨는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선물해주신 크로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쿠션 커버부터 컵 받침, 그리고 옷까지 전부 코바늘로 직접 만드신 크로셰 제품들이 많았다”며 “당시에도 우리 부모님께 선물해주신 쿠션커버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크로셰처럼 손뜨개를 이용해 만든 제품 이면에는 기성품에 대한 반감이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내가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정성까지 들어가 있다.

크로셰 홀터넥 톱을 입고 있는 아이유와 조이(사진=아이유·조이 인스타그램)
남들은 없고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 표현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는 이 또한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더이상 ‘크로셰=할머니’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크로셰는 인테리어 제품뿐만 아니라 색상과 디테일에 따라 여성스러우면서도 세련되고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으로 연출할 수 있어 올 여름 유행 아이템으로도 급부상 중이다.

이는 ‘하나밖에 없는 옷’이라는 점에서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게 해 주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아이템인 셈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라탄’, 50년만에 인테리어 ‘잇템’으로 부활

크로세 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는 제품은 바로 ‘라탄’이다. 사실 라탄이 각광 받기 시작한 건 벌써 수년 전이다. 이만하면 인기가 한풀 꺾일 만도 한데 라탄을 찾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통상 공예에 쓰이는 ‘라탄’은 동남아시아 열대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야자과의 덩굴식물을 말한다. 최소 6년 이상 자란 등나무를 벌채해 줄기 껍질을 벗기고 자른 뒤 물에 삶아 곧게 펴 공예용 소재로 만든다.

라탄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수작업이라는 것이다.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정서를 만들어내는 라탄은 집안 어느 곳에 놓아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 3월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배우 경수진이 출연해 능숙한 라탄공예 실력을 선보이며 새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라탄은 무려 50년 전인 지난 1970년 먼저 유행했었다. 70년대 후반부터 인기를 모은 라탄은 90년대 중반쯤 원재료 공급이 중단되면서 조금씩 사그라지게 됐다고 한다.

몇십 년이 흘러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라탄은 여름 인테리어로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처럼 레트로가 각광받는 건 긴 세월 동안 쌓인 그만의 특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DIY 소비가 부상하면서 이런 아이템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 여파 때문에 DIY가 우리 일상에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소비과정에 보다 능동적으로 관여하게 되면서 보람, 성취감 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학습과 숙달에 의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DIY의 본질적인 특성이 큰 부가가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획일화되고 다량으로 생산되는 현대사회에서 핸드메이드 아이템은 개인만의 독특한 감성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가치 있다”라며 “손뜨개질한 크로셰 아이템이나 라탄공예 등으로 으로 정겨운 감성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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