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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고, 걸리고, 넘어지고"…인도 위 무법자 전동킥보드

김형환 기자I 2022.05.02 05:30:00

자치구 주차구역 시범운영 9개월째인데
도심 길거리에 ‘아무렇게’ 주차 여전
이달부턴 서울 전역에 330여곳 추가
“홍보·계도 활동 같이 해야”

[이데일리 김형환 정두리 기자] “(전동)킥보드 전용 주차구역이 있다고요?”

지난달 27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인도 가장자리에 전동킥보드를 세운 박모(25·남)씨. 불과 3m 정도 떨어진 곳엔 서울 마포구에서 지정해놓은 전용 주차구역이 있었지만 박씨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늘면서 서울 자치구 일부가 전용 주차구역을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9개월여 되도록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인도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전동킥보드들은 미관을 해치는 건 물론 안전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처럼 전용 거치대를 늘리고 홍보를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7일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킥보드 전용 주차구역이 텅 비어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주차구역 있는데도 왜? 시민·경찰 ‘고충’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송파·서초· 노원·마포구는 자체적으로 전동킥보드 주차구역 설치를 시범 운영 중이다. 서초구가 50곳으로 가장 많고, 마포구의 경우 유동 인구가 많은 합정역과 홍대입구역에 각 6곳씩 설치했다. 지난해 7월 13일부터 개인형 이동장치(PM) 지정 주차공간을 설치할 수 있게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은 전동 킥보드 무단 방치 문제로 인한 통행 방해 등의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는 모양새다.

이데일리가 지난달 27~28일 살펴본 홍대입구역 인근 전동킥보드 전용 주차구역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방치된 상태였다. 전동킥보드들은 인파가 북적이는 길거리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보행자와 차량이 동시에 통행하는 길에도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어 안전사고 위험도 도사렸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모(27·여)씨는 “여기저기 놓여있는 (전동)킥보드를 보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따릉이처럼 구역을 딱 정해놓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구잡이로 주차된 전동킥보드 때문에 경찰관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 파출소 소속 A 팀장은 “전동킥보드 주차 관련 신고가 종종 들어 온다”며 “(전동킥보드) 주차를 제지할 규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곤란하다”고 말했다. 주로 집 앞 도로를 막고 있다거나 통행에 방해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된다는 게 A 팀장의 설명이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이 전용 주차구역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른다는 게 우선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이데일리가 살펴본 홍대입구역 인근 5개 주차구역 중 4곳은 전동킥보드가 전혀 세워져 있지 않았다. 전동킥보드 전용 주차구역을 쉽게 찾을 수 없단 점도 마구잡이 주차의 한 원인이다. 전동킥보드 주차공간은 이를 표시하는 안전표지판이 따로 없고, 전용 거치대가 있는 따릉이 구역과 달리 바닥에 표시선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다.

지난 27일 홍대입구역 인근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약 3m 전방에 전동킥보드 전용 주차구역이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서울시, 주차구역 확대키로…“홍보·계도 늘려야”

서울시는 올해 안에 시내 330여곳에 전동킥보드 주차구역을 설치한단 계획이다. 이달부터 자치구와 별도로 33여개소를 시범 운영해 효과를 분석한 뒤 단계적으로 주차구역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자치구의 상황에 맞춰 추가로 주차구역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관련 예산은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동 킥보드 주차구역 제도가 정착되려면 공간 확대와 홍보 및 계도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사실 이용자들은 (목적지와) 10m 정도만 떨어져 있어도 주차구역에 대는 걸 (PM) 귀찮아 한다”며 “주차 가능한 공간들이 있는 곳마다 소규모로 설치를 하고 이용자들을 계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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