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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피치북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미국 내 페어런트 테크 스타트업이 조달한 총 자금 규모는 14억달러(1조65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연간 규모(6억6800만달러)의 두 배 이상을 자랑하는 수준이다. 지난 4년간의 총 투자금을 합산한 것보다도 높다.
딜(deal) 수는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관련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7년만 해도 연간 32건의 딜이 이뤄졌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에는 51건으로 훌쩍 뛰었다. 올해는 11월 말 기준 현재까지 53건의 딜이 이뤄졌다.
미국에서는 올해 다양한 페어런트 테크 스타트업들이 역대급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시리즈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 가장 최근 미국에서 이뤄진 페어런트 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베이비리스트(babylist)’다. 이 스타트업은 지난달 22일 노르웨스트 벤처 파트너스와 500스타트업스 등 VC들로부터 6000만달러(약 708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베이비리스트는 온라인 기반의 유아용품 쇼핑 플랫폼으로,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부모 및 지인들에게 관련 콘텐츠와 쇼핑 정보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 기준 800만명의 소비자가 해당 플랫폼을 활용했고, 2021년 연간 예상 매출 규모는 약 2억5000만달러 수준이다.
역대급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곳도 있다. 미국 애틀란타 기반의 ‘그린라이트(greenlight)’는 올해 4월 시리즈D 투자 라운드에서 안데르센 호로위츠와 웰링턴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총 2억6000만달러(약 306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린라이트는 자녀의 올바른 소비생활을 돕는 금융 교육 플랫폼이다. 아동에게 스마트 직불카드가 주어지면, 부모는 핸드폰을 통해 자녀의 소비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특히 자녀가 돈을 저축했을 때 부모가 이자율을 직접 설정해 용돈을 주듯 보상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들의 올바른 금융 습관을 손쉽게 잡아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온라인 기반의 소아 행동건강(behavioral health) 치료 플랫폼 엘레미(Elemy)는 소프트뱅크와 굿워터캐피탈 등으로부터 2억1900만달러(약 2580억원)를, 아동 승차 공유 플랫폼 줌(Zum)은 소프트뱅크와 세쿼이아, BMW i 벤처스 등으로부터 1억3000만달러(1531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 국내서도 기지개…“시장 점점 커질 것”
아직 한국에서는 이같은 ‘페어런트 테크’ 시장이 해외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코로나19로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아동 교육을 위한 비대면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전폭적인 상황이다.
그렇다고 아예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아동 핀테크 스타트업 레몬트리는 최근 KB인베스트먼트와 스프링캠프, 캡스톤파트너스, 패스트벤처스, 디캠프 등 유수의 투자기관으로부터 5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레몬트리는 아동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마치 미국의 그린라이트처럼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을 지급할 뿐 아니라 주식과 저금 방법 등 금융 교육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보육(child care) 시장 규모는 2019년 1360억달러를 찍었다”며 “코로나19로 부모들이 아동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국내에서는 부모의 수고를 덜어주는 솔루션이 해외 만큼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은 블루오션으로, 관련 시장은 해외처럼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