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진짜 핸드폰으로 통화할 때 공공장소에서도 겁나 크게 말함ㅋㅋㅋㅋㅋㅋㅋㅋ” - 피식대학 ‘백화점 나들이,,,’ 댓글 中
“미치겠다 언니 진짜 왜 이렇게 잘 따라해요 이런 사람 본 적 있는 것 같음ㅋㅋㅋㅋ” -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 ‘헷갈리게 하는 상사 롤플레이(RolePlay)’ 댓글 中
“디테일 미쳤음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영화 한 편 다 본 기분” - 빵송국 ‘검사 드라마에 무조건 나오는 장면’ 댓글 中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인물을 연기하며 상황극을 하는 롤플레이 영상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피식대학의 ‘한사랑 산악회’를 비롯해 △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의 ‘ASMR RolePlay’ △ 빵송국의 ‘무조건 나오는 장면’이 그 예이다. 이 영상들의 공통점은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진짜 주변에 있을 법해서 더 웃기다”
구독자 수 132만명을 보유한 피식대학의 ‘한사랑 산악회’는 중년 남성들의 등산 모임을 기본 콘셉트로 한 롤플레이 영상이다. 뚜렷한 캐릭터, 탄탄한 세계관과 함께 ‘실제 중년 아저씨’의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하여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신채경(26?여)씨는 "한사랑 산악회 속 등장인물들은 실제로 있을 법 해서 웃기다”며 “등장인물 중 한 명을 보고 있으면 학창시절 선생님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조수연(25?여)씨도 “실제와 너무 비슷하게 묘사하여 공감이 됐다”며 “한사랑 산악회 속 등장인물들이 저스틴 비버의 'Peaches'를 부르는 영상을 보고 그 세대와 실제로 교류하는 느낌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롤플레이 영상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함으로써 사회적 갈등도 해소될 것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칸 국제 광고제에서 유튜브가 발표한 ‘2021 유튜브 문화 &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현실 속에 실제로 존재할 법한 부캐(부캐릭터)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거대한 세계관에 깊이 몰입돼 같은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 풍자할 때는 '사이다' 그 자체”
롤플레이 영상은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풍자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개그우먼 강유미 씨가 운영하는 '좋아서 하는 채널'의 ‘ASMR 롤플레이(RolePlay)’는 매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소위 일진 학생뿐만 아니라 도믿걸(사이비 신도), 폰팔이(휴대폰 판매업자를 지칭하는 속어) 등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대상의 특징을 예리하게 묘사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최근에 ‘사이버렉카’(이슈가 생길 때마다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와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로 불리는 사람들의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을 따라한 영상에는 '사이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댓글에는 ‘개그 수준을 넘어서 사회풍자다’, ‘그동안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 눈치만 보고 아무도 나서지 않았는데 이렇게 직접 풍자하다니 강유미씨가 대단한 사람 같다’, ‘저런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에 동조하지 않았나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와 같은 반응이 있었다.
한지원(21?여)씨는 “사이버렉카는 사실 확인이 되지않은 루머를 사실인 것 마냥 ‘폭로’, ‘실체’와 같은 워딩을 쓰면서 조회수와 수익을 늘리려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며 “렉카레기 롤플레이 영상은 사이버렉카의 부정적인 특징을 잘 캐치하고 적절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을 자주 보는데, 모방을 통한 풍자 장면들이 실생활에서 접해본 적 있는 것이기에 쉽게 공감이 갔다”고 덧붙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을 부캐열풍과 더불어 특정 캐릭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은연 중에 인식하고 있던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재흔 대학내일 20대 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요즘 개그맨들이 부캐 등을 통해 캐릭터를 다양하게 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보는 사람들도 그것이 다 가짜인 것은 알지만 유형화 된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연기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 그런 세계관 속에서 같이 맞장구를 치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똑같이 따라하기만 했을 뿐인데 풍자의 효과까지 낼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특정 직업이나 인물의 유형에 대해 어느 정도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정형화된 캐릭터들이 있다"며 "크리에이터들이 정형화 한 캐릭터의 디테일을 명확히 집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공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