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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식 50명 제한에…"드라이브 스루 예식하실 분?"

박한나 기자I 2020.08.23 00:15:09

'결혼식 인원 제한'에 예비 부부·업계 당혹
하객 쪼개기부터 드라이브 스루 예식 대안으로
"벌써 두 번째 미뤘는데...정부가 대책 마련해달라"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50명 이상 모이는 결혼식이 금지되면서 예식 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내모임 인원을 50명 미만으로 제한하는 지침을 내놨다. 그러나 예비부부들은 대부분 최소 200명을 하객 ‘최저보증인원’으로 잡고 식장을 계약했기에 이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윗쪽부터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사진=뉴시스), 지난 5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결혼한 부부 (사진=AFP/연합뉴스)
이에 여러 예식장은 슬라이딩 도어나 가벽을 세우는 방안으로 웨딩홀을 쪼개 하객 분산에 나섰다. 물론 한 건물의 출입구, 화장실 등을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감염 우려는 여전 있다. 하지만 예식취소나 연기가 여의치 않은 예비 부부라면 하객 수를 최소화하고, 공간을 분명히 분할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지 않게 하는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조건으로 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취소할 바에 신개념 예식을’ 한 예식업체의 제안

이 가운데 부부와 하객 모두 차량에 탄 채로 결혼식을 진행하는 드라이브스루 예식 모집까지 등장했다.

최근 인천지역 예식장 A업체는 드라이브스루 야외 웨딩을 예비부부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쿠키뉴스는 A업체 예약부서가 ‘코로나19 대응방안으로 인천 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드라이브스루 야외 웨딩을 제안한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랑, 신부는 오픈카를 타고 등장해 예식을 진행한다. 하객은 각자의 차를 탄 채로 예식을 축하하며 축의금을 전달한다. 식사는 전부 답례품으로 대체한다.

A업체는 “해당 방법은 시청, 경기장 측과 논의 중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예식을 진행하려는 고객들께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드리고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설득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이 허가한다면 8월 이후의 예식 고객들에게도 신청을 통해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B웨딩홀도 지난 4월 ‘드라이브스루 웨딩’을 도입한다며 차량 800대가 주차할 수 있는 실내형 단독 주차장에서 뷔페 도시락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예식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지난 4월 충남 천안시 B웨딩홀의 ‘드라이브 스루 웨딩’ 소개
정부의 집합제한 조치와 드라이브 스루 웨딩 제안까지. 이같은 소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뜨겁게 달궜다.

결혼 준비 커뮤니티 회원들은 “그럼 하객은 클랙슨으로 박수쳐야 하나. 뚜벅이는 못 가겠네”, “기발하지만 내 결혼식이라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온다. 이렇게까지 결혼해야 하나”, “축복받아야 하는데 죄인 되어서 결혼식 하기 싫다” 등 대부분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예비부부는 예식 취소나 규모 축소시 식장과 계약한 ‘최소 보증인원’ 조항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날릴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예약한 대로 예식을 강행하자니 하객들마저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계약자들과 위약금 줄다리기 중인 예식장도 대책으로 예식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짜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비부부들은 무조건 벌금을 내세워 예식을 미루라고 하기보다는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예비부부들 “또 손해 보고 미루라고? 대책 마련해 달라”

지난 19일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결혼 하객 수 제한 조치에 대한 여러 청원이 줄지어 올라왔다.

이 중 22일 결혼식 예정이라는 ‘예비신랑’은 “1년 3개월 전부터 결혼 준비를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면서 “결혼식장에서 50명 미만으로 진행을 하라는 건 하지 말라는 말과 동일한 거다. 일반적으로 결혼식 최소 보증인원은 250명, 한 사람당 4만~5만원쯤 되니 기본 비용만 800만~1000만원이다. 그러니 위약금으로 청년들이 각자 400만~500만원의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예비부부에게만 전가하는 결혼식문제. 확실한 보상안을 마련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이는 “1차 대유행 때 결혼식을 취소하고 연기하며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은 국가가 보상안, 중재안을 논의하고 있으니 우선 피해는 본 계약자들이 먼저 봐야 한다는 말을 듣고 따랐다”면서 “그런데 2차 대유행이 창궐할 기미가 보이자 이번에도 정부는 어김없이 중재안은 논의해보겠다고 한다. 또 ‘우선 피해를 보라’니 예비 부부는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또 다른 청원에는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식을 3일 앞두고 조치가 나오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럽다는 토로가 나온다.

그나마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을 위약금 없이 미룰 수 있도록 하는 권고를 예식업중앙회가 받아들이면서 사정은 나아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결혼식을 연기할 때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식을 진행할 경우 조건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수용한 예식중앙회는 향후 6개월까지 위약금 없이 식을 연기하거나 진행시 최소 보증인원을 감축 조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런 조치를 회원사인 각 예식업체에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기에, 예비 부부들의 속앓이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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