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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민들이 바이러스 감염의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다시금 일상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외출하면서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다른 사무실을 방문할 때마다 세균 세척액을 손에 바르지 않아도 되는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는 얘기다. 어쩌다가 목구멍이 칼칼해져도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의식해 억지로 기침을 참아야 했던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모두 지나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메르스 사태가 가라앉으면서 국민들은 벌써부터 일상의 모습을 되찾는 분위기였다. 공연장과 영화관에는 관객들이 줄을 서고 있으며, 여름 피서지마다 휴가객들로 붐비고 있다. 메르스가 시작되면서 발길이 뜸했던 중국 유커(遊客)들도 다시 명동과 충무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말로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질병의 우려에서 벗어났다는 자체가 반갑고도 고마울 뿐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었던 막대한 고통과 손실을 떠올리면 메르스가 종식됐다고 해서 마냥 기뻐하기에는 어딘지 겸연쩍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고 먼저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한다. 초동 단계에서 제대로 신경을 썼다면 쉽게 끝났을 일이었는데도 무려 186명의 환자를 냈고, 그중 36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정부 기관이나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원칙과 상식을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다.
앞으로의 남은 문제는 후유증을 얼마나 조속히 최소화하느냐 하는 점이다. 질병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문책 인사가 이뤄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들도 비상사태에 처해서는 서로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원칙을 벗어난다면 언제라도 비슷한 사태가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린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