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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투명경영위원회에 거는 기대

논설 위원I 2015.04.29 03:00:01
현대자동차가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에 소액주주를 비롯한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한 투명경영위는 인수·합병(M&A)과 주요자산 취득 등 중요한 경영 상황이 발생하거나 위원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사안에 대해 주주의 권익을 높일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주주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한 투명경영위 설치는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한전 부지를 낙찰받은 이후 현대차 주가가 급락한 것을 계기로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달라는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특히 대부분 기업들이 대주주의 이익에는 민감한 반면 소액주주의 권리에는 소홀한 현실을 감안할 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회사 측이 일반 주주들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투명경영위 설치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현대자동차. 사진=현대차 제공
그러나 투명경영위 설치는 이사회가 그동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경영진 감독과 전체 주주의 이익 보호라는 기능이 이사회의 중요한 기능에 포함돼 있지만 지금껏 이러한 역할에 등한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특히 사외이사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경영진이 내놓은 안건에 대해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오히려 더 나아가 기업의 방패막이 구실에 충실함으로써 기업 부실화에 동조했던 측면도 다분하다.

그런 점에서 투명경영위 설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영진의 인식과 이사회의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관투자가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인 여론 무마용에 그칠 뿐이다. 그동안의 관행과 인식으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이사회의 기능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기업들에 있어 주주중시 경영은 경영의 안정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내부적으로 불합리한 요소를 줄이고 투명 경영을 이뤄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번 현대차의 솔선수범이 다른 기업들에도 확산돼 선진적인 거버넌스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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