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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최경환標, 경제무기력증 탈피법

송길호 기자I 2014.07.24 06:00:00
[이데일리 송길호 정경부장] 창조적인 정책조합(Policy Mix)은 통합과 융합의 앙상블이다. 다양한 정책수단을 정책목표에 따라 짜임새 있게 설계하는 창의적인 정책과정이다. 상충되는 정책들은 전체적인 일관성과 통일성을 상실하게 마련. 그래서 이를 전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경제리더십이 필요한 법이다. 정책조합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들은 분화되고 정책목표 달성은 요원해진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렸다. “지도에도 없는 길…” 최경환 부총리의 다짐은 비장하다. “가 본 적은 없지만 우리가 가는 길이 곧 길…” 감정선을 자극하는 미묘한 레토릭은 불확실한 미래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다. 교과서에는 없는 파격과 변칙, 창의적인 접근을 예고한다.

초반 승부수는 통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전격 회동.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룰때 정책효과는 극대화된다는 점을 선명히 각인시킨 극적인 이벤트였다. 재정정책, 통화정책 2개의 화살이 경제활성화라는 표적을 향해 동시에 날아가는 모습. 무기력증에 빠진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작은 불씨가 타오른다.

경제는 심리다. 현재가 고단해도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면 가계는 소비를 하고 기업은 투자에 나선다. 그래서 모든 경제리더는 끊임없이 확신과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무기력증에 빠진 경제주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전임 현오석 부총리가 경제심리에 불을 지피지 못한 건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도식적인 접근방식에 매몰된 채 체감경기와는 동떨어진 지표를 인용하며 ‘경제 문제 없음’을 강변하는데 그친 거다. 경제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빠진 낙관론은 시장의 불신을 자초하는 법. 박근혜정부 1년반의 골든타임은 그렇게 흘러갔다.

경제무기력증의 골은 깊다.저성장에 타성이 붙은 이력효과(Hysteresis Effect), 경로의존성에 매몰된 현상유지 성향이 여전히 팽배하다. 웬만한 자극이 없는 한 경제주체의 행태에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 루비니가 한때 ‘변칙적이고 미친 정책’이라고 표현했던 버냉키의 양적완화와 같은 발상의 전환이 절실해진다.

문제는 접근방식의 창의성이 정책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수단간 유기적인 조화와 결합이 전제돼야 한다. 아직 설익은 정책이지만 ‘기업 유보금의 가계이전 방안’이 단적인 예다. 접근법은 일단 신선했다. 기업성과→일자리창출→가계소득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했다. 대신 기업에서 가계로 직접 부(富)를 이전하며 선순환의 고리를 이룬다는 발상의 전환이 눈에 띈다. 하지만 배당·임금소득을 유인하기 위한 기업 과세방안 등 구체적인 정책수단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기업 옥죄기, 우회적 분배론, 대중 영합주의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기(氣) 살리기’라는 상위 정책과도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투영되면서 전체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논란은 있지만 아베노믹스가 평가 받는 건 무기력한 경제심리에 불을 지펴 경제회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었다는 점이다. 양적 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이라는 복잡한 경제정책을 3개의 화살로 비유, 선명한 이미지를 형성하며 국민들과 소통한 거다. 적절한 정책조합과 마케팅의 힘이다.

24일 발표되는 최경환 경제팀의 첫번째 작품(하반기 경제정책운용방안)은 이전처럼 백가쟁명식, 정책의 성찬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신선한 접근방식을 넘어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각종 정책수단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길 바란다.심플하게 돈 풀고 임팩트 있게 정책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며 경제가 살아날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모습. 창조적인 정책조합과 활발한 정책마케팅으로 경제 무기력증을 타파하고 열정에 불을 지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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