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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채 금리 '쑥'…속타는 카드사 "외화 ABS 규제라도 풀어야"

김국배 기자I 2023.09.20 05:00:00

여전채 금리 오를 때마다 ABS 발행
자금 조달 다변화엔 한계
신규 외화 차입 땐 정부 승인…업계 "그림자 규제 계속돼"
금융위 "렌털 자산 ABS 발행, 한시적 허용은 고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가 연 4% 중반대로 치솟으면서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카드사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나서고 있지만, 실상은 늘리기 어려운 구조라 해외 차입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ABS 발행, 1분기 줄었다 다시 증가…여전채 금리 4.6%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신용등급 AA+인 3년 만기 여전채의 평균 발행금리는 연 4.618%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보다. 0.2%포인트 넘게 오른 것이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6%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3월엔 3%대로 하락했지만 4월부터 오름세로 전환하더니 9월 들어 4.5%를 뛰어넘었다.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 캐피털사 등 여신 전문 금융회사(여전사)는 대부분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대출해줘 수익을 얻는다.

카드사들은 여전채 금리가 오를 때마다 ABS 발행에 눈을 돌리고 있다. ABS는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인 만큼 다른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은 장점이 있다. 지난해 금리 상승 등으로 여전채 발행이 어렵게 되자, 카드 업계는 자금 조달 창구 중 하나로 ABS 발행을 늘렸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전사가 발행한 ABS 발행 금액은 11조3000억원으로 전년(7조7000억원)보다 3조5000억원 급증했다.

그러다 올해 1분기 여전채 금리 하락 등 채권 시장 여건이 회복되면서 ABS 발행액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으나, 상반기 전체로는 다시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ABS 발행 금액은 4조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4% 늘어난 상태다. 3분기 ABS 발행 실적은 다음 달쯤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최근 여전채 금리 흐름으로 미뤄 증가 가능성이 커 보이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6일에는 KB국민카드가 4000억원 규모의 ABS를.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말에는 삼성카드가 3억 달러 규모의 외화 ABS를 발행하기도 했다.

외화 차입 확대해줘야…렌털 ABS 발행 요구도

ABS 발행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카드사들은 여전히 70% 이상의 운영 자금을 금리가 더 비싼 여전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ABS 발행 한도나 범위를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업계는 ABS를 비롯해 카드채, 해외은행의 외화 차입 확대 등 자금 조달을 다변화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외화 채권을 신규로 발행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2015년 외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외화 차입을 제한하던 행정 지도를 없앴지만, ‘그림자 규제’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는게 업계 얘기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차환용이 아닌 외화 채권 신규 발행은 여전히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사실상 정부가 (총량) 한도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ABS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물량의 5%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규제도 부담요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ABS 발행시 사전 협의, 승인이 요구되는 데다 ABS는 대규모로 발행해야 경제성이 있는데 ‘5% 물량 규제’로 자주 발행하기는 여건상 어렵다”며 “여전채 금리 급등은 조달 비용을 높여 결국 카드론 금리 등을 높이는 원인이 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ABS에 대해선 발행의 기초가 되는 유동화 자산 종류를 확대해줘야 한단 목소리도 있다. ABS 발행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여전사는 본업인 할부금융, 리스 등과 관련된 채권에 기초한 ABS만 발행하고, 렌트는 비금융 부수 업무로 분류돼 ABS 발행이 불가능하다.

카드·캐피털사들은 지난 3월 시행령을 개정해 렌탈 자산을 기반으로 ABS를 발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당장은 개선 계획이 없지만, 필요시 한시적 허용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 말 여전사의 유동성이 안 좋아 요청이 있었지만 현재는 추가 요구가 없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면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영업 자산 확대 등 유동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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