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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기재 오류로 6개월 영업정지?…과도한 방산규제 논란[김관용의 軍界一學]

김관용 기자I 2022.09.04 08:00:00

방사청 "수리온 훈련 시뮬레이터 사업서
KAI 허위 서류 제출" 지적…6개월 입찰제한
KAI "단순 실수로 규제 과도"…행정소송
국가계약법 아닌 방산특성 감안한 별도법 필요 목소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가계약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지체상금이나 입찰 참가 제한 등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방산업체들 얘기입니다. 이를 피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 6월 취임한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언론과의 첫 만남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방위사업 계약에 관한 별도 법률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무기체계 사업에서 방위사업의 특수성을 무시한채 일반 상용품과 동일하게 기존 국가계약법을 적용하다 보니 과도한 지체상금과 부정당 제재 등 각종 ‘징벌적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기체계는 그 특성상 개발 과정에서 불가피한 기술 변경이나 성능 보완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재의 제도는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단순 실수나 착오까지도 비리라고 처벌하는게 현재의 국가계약법입니다.

육군 특공부대원들이 수리온 헬기에서 패스트로프를 이용해 강하하고 있다. (사진=육군)
국가계약법에 따른 부정당 업자 제재는 방위산업체에게는 사망선고와 마찬가지입니다. 입찰참가 제한 뿐만 아니라 착·중도금 지급 제한, 부당이득금 환수 및 가산금 부과, 이윤 삭감 등의 제재가 뒤따릅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로 사업장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로까지 내모는게 현 제도라는 얘기입니다. 방위사업 계약의 체결과 이행, 제재 전 과정에 방위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특례법이 절실하다고 업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실무자의 실수로 당국이 입찰 제한 제재를 가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지난 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2021 회계연도 방위사업청 결산안 심사를 했는데 수리온 헬기 비행훈련 시뮬레이터 사업이 중단에 따른 예산 미집행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이 사업은 수리온 조종사들의 비행 능력을 높이기 위한 ‘모의 비행훈련 장치’를 연구·개발하는 것입니다. 작년부터 3년 간 114억원을 들여 2026년 실전 배치하는게 목표입니다.

방사청과 해당 사업을 수주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26일 방위사업계약심의위는 KAI가 수리온 비행훈련 시뮬레이터 체계 개발사업 제안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했다며 6개월간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부정당업체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그러나 KAI는 기재 내용 오류는 허위 기재가 아닌 단순 실수라며 6개월간 입찰 참여 제한은 과도하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에 따라 2월 4일 제재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취소 행정소송도 제기했는데, KAI의 집행정지신청은 받아들여진 상태입니다. 연내에 행정소송 1심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 항공기 시뮬레이션 모습이다. (출처=KAI)
사태의 원인이 된 것은 제안서를 작성한 실무자가 외부망과 내부망 보안 적용 사안을 착각한 때문이라고 합니다. 방산업체들은 의무적으로 ‘망분리’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는 네트워크 보안 기법의 일종으로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내부 자료를 보호하기 위해 업무용 내부망과 외부용인 인터넷망을 분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KAI의 해당 실무자는 외부망 보안 관련 내용란에 내부망 보안 관련 질문으로 이해해 잘못 기재했다는 설명입니다.

KAI가 허위가 아닌 단순 실수라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반면, 방사청은 이를 ‘공문서 위조’라고 봤습니다. 행정기관 입장에선 사업의 하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니 현 규정대로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재 실수로 보이는 것을 6개월이나 영업을 못하게 하는건 과도하다고 보여지는 대목입니다. 큰 잘못이나 작은 잘못이나 일괄적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잘못에 대해선 벌금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선별적 규제 도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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