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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열전]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자율주행차 영상기술 선점"

강경래 기자I 2021.10.05 04:30:01

모바일 1세대 엔지니어, 세계 최초 영상통화 상용화 기여
카메라모듈 日의존 현실 경험, 국산화 위해 2004년 창업
팬택 이어 삼성 등 거래처 확대, 2019년 첫 '1조클럽' 가입
모바일 이어 자동차·로봇·드론·의료기기로 카메라 적용 확대
"자율주행차 최소 10개 이상 카메라 탑재, 시장 선점할 터"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제공=엠씨넥스)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 시장을 선점할 것입니다.”

1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엠씨넥스(097520)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민동욱 대표는 “그동안 휴대전화에 들어갔던 카메라모듈이 앞으로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로봇, 드론,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이 확대될 것이다. ‘레벨3’, ‘레벨4’ 등 자율주행차가 진화하는 단계에 따른 선행기술을 빠르게 확보해 관련 시장을 주도해 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모바일 1세대 엔지니어, 현대전자 ‘걸리버’ 개발 주도

민 대표는 우리나라 휴대전화 1세대 엔지니어다. 1997년 현대전자 이동통신단말기연구소에 입사한 민 대표는 이후 현대전자 휴대전화 브랜드 ‘걸리버’ 개발을 주도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모바일 영상통화 개발에 참여했다.

민 대표는 “2000년대 들어 ‘IMT-2000’(유무선통합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 흐름과 함께 국내외 휴대전화 업체들 사이에서 영상통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1년 반 정도 밤낮없이 연구·개발(R&D)에 매진한 결과 걸리버 제품에 관련 기술을 최초로 적용할 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민 대표는 휴대전화에 영상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뒤 고민에 빠졌다. 당시 국내 유수 휴대전화 업체들은 여전히 카메라모듈을 소니와 샤프, 산요, 교세라 등 일본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민 대표는 “머지않아 휴대전화에 카메라모듈이 필수로 탑재될 것에 대비해 수입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나아가 휴대전화에 이어 자동차 등으로 카메라모듈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였다”며 “이런 확신이 들어 2004년 창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민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카메라모듈에 주력하는 엠씨넥스는 설립 이듬해 곧바로 매출액 101억원을 올리면서 창업 초기부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특히 2007년 애플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휴대전화에 카메라모듈이 필수로 탑재됐다. 휴대전화 뒷면에만 적용됐던 카메라모듈은 영상통화 수요 확대와 함께 앞면에도 들어갔다. 카메라모듈 시장은 나날이 커졌고, 엠씨넥스 실적도 빠르게 늘어났다.

아픔도 있었다. 엠씨넥스가 201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얼마지 않아 최대 거래처인 팬택이 부도가 난 것이다. 민 대표는 “당시 팬택 부도 영향에 2011년 2153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이듬해 1703억원으로 줄면서 창사 이래 처음 실적이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주가는 반토막 났다. 시장에서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며 “여기에 NEC, 카시오, 히타치, 산요 등 일본 거래처 역시 휴대전화 사업부를 잇달아 정리하면서 수출 물량도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고 말했다.

반전은 있었다. 창업 이후 계속 문을 두드려온 삼성전자로부터 희소식이 전해졌다. 엠씨넥스는 2011년 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협력사로 등록한 뒤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 물량이 2013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그 결과, 2013년 매출액 2972억원을 올리면서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멀티카메라 ‘붐’ 일면서 2019년 매출 ‘1조 클럽’ 입성

민 대표에게 있어 2019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로 남아 있다. 당시 애플 ‘아이폰11’을 시작으로 휴대전화에 멀티카메라 시대가 열린 것. 이전까지 메인카메라와 영상통화카메라 등 2개 정도 들어갔던 휴대전화 카메라모듈. 하지만 아이폰11을 기점으로 초광각카메라, 망원카메라, 뎁스비전 등 5∼6개 카메라가 기본이 된 것이다. 이런 영향에 엠씨넥스 매출액은 2019년 당시 전년 6970억원보다 무려 82% 늘어난 1조 2677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순간이었다.

민 대표의 눈은 더 먼 미래로 향해 있다. 휴대전화에 이어 자동차, 로봇, 드론, 의료기기 등으로 카메라모듈 적용이 확대되는 상황에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엠씨넥스는 이미 자동차용 카메라모듈 분야에 선도적으로 진입, 이 분야 국내 1위와 함께 전 세계 시장 5위 자리에 올라 있다. 엠씨넥스 매출액 중 자동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16.8%까지 늘어났다.

민 대표는 “현대자동차가 2005년부터 자동차에 카메라모듈을 적용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엠씨넥스는 이듬해 ‘오피러스’, ‘에쿠스’에 후방카메라를 공급하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처음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엠씨넥스는 현재 현대차·기아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그는 “앞으로 자동차에 ‘미러리스’ 등 더 많은 카메라모듈이 적용될 것이다. 자율주행차에는 최소 10개 이상 카메라모듈이 쓰일 것”이라며 “머지않아 열릴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영상기술은 난이도가 매우 높다. 여기에 적용한 기술은 로봇, 드론,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 영상기술과 함께 카메라모듈이 적용될 것이며, 엠씨넥스가 이 분야에서 선두업체로 올라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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