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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용' 의심 살 뜬금없는 경기낙관론

논설 위원I 2016.03.21 03:04:02
정부의 경기 진단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제와 안보의 복합위기’라고 강조하던 정부가 이달 들어 갑작스레 ‘긍정적 측면도 많다’며 낙관론을 펴는 등 사뭇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14개월째 감소 행진을 하고 있고 생산·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낙관론은 뜬금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13 총선’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기 부양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연합뉴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 “근거 없는 위기론이나 불안감에 빠지면 안 된다”며 “우리 경제가 어렵지만 걱정할 정도의 큰 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2월 수출이 중량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출 감소폭 둔화, 소비 증가세 유지 등을 거론하며 “최근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복합위기’라며 위기감을 앞세우던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경기를 낙관적으로 볼 만큼 지표가 나아진 게 없다는 사실이다. 수출은 2월에도 12.2% 줄면서 역대 최장인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1월 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 줄었다.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사상 최대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동향’에서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정부와 반대 진단을 내놨다.

경제는 심리다. 정부가 지나친 불안 심리를 경계해 밝은 신호를 주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정확한 진단에 기인한 것이어야 한다. 2월 수출 감소폭이 1월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하루 평균 기준으로는 오히려 더 악화됐다. 중국의 2월 수출 급감, 유럽과 일본의 경기부진, 미국 경기회복 불투명 등 대외환경도 불안하다. 낙관론으로 돌아설만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총선용’으로 의심을 살 낙관론을 펼 때가 아니라 노동·공공 등 4대 부문 개혁, 부실기업 처리 등 경제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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