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뉴욕증시]시장 얼린 침체 공포…나스닥 8주 상승장 깨졌다

김정남 기자I 2023.06.24 05:48:37

강경 긴축에 미·유럽 침체 공포
제조업·서비스업 PMI 모두 부진
치솟던 주요 빅테크주마저 주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또 하락했다. 지난주까지 초강세장을 이어왔다가, 다소 조정을 받고 있는 기류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강경 긴축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부상했고, 투자 심리는 쪼그라들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8주 연속 상승장이 깨졌다. 투자자들은 증시 조정이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반등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AFP 제공)


강경 긴축에 미·유럽 침체 공포

23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4% 하락한 3만3727.4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 지수는 5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77% 내린 4348.33을 기록했다. S&P 지수는 또 4400선을 밑돈 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1.01% 떨어진 1만3492.52를 나타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44% 내린 1821.63을 기록했다.

3대 지수는 이번주 모두 하락 전환했다. S&P 지수는 1.4% 내리며 5주 연속 이어왔던 상승장을 마감했다. 8주 연속 올랐던 나스닥 지수 역시 이번주 1.4% 떨어졌다. 다우 지수도 한주간 1.7% 내렸다.

3대 지수는 이날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였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예상 밖 긴축 행보에 침체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는 탓이다. 영국 영란은행(BOE)은 전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50%에서 5.00%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시장은 당초 25bp 인상을 유력하게 봤으나, 최근 나온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7%에 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각에서는 BOE의 최종금리가 6%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캐런 워드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물가를 잡으려면 침체를 만들어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 스위스 중앙은행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각각 25bp, 50bp 금리를 올렸다. 인하 ‘역주행’ 기조를 고수했던 튀르키예마저 무려 650bp 올리며 갑자기 인상 기조로 돌아섰다. 튀르키예의 이번 금리 인상은 지난 2021년 3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1~22일 이틀간 의회에 나간 자리에서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했고, 시장은 이를 조금씩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BMO 웰스 매니지먼트의 융 유 마 수석전략가는 “시장은 연준이 연말 한두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전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노동시장 탄력성과 물가상승률 둔화를 보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가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긴축을 멈추지 않는다면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는다면 올해 말에서 내년 1분기 사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중반까지 미국 노동시장의 일자리가 100만개 이상 사라질 것이라는 게 JP모건의 분석이다.

제조·서비스업 PMI 모두 부진

실제 이날 지표는 미국과 유럽의 침체를 가리켰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이번달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6.3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9.0)를 큰 폭 하회했다.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PMI는 50을 기준점으로 업황의 확장과 위축을 각각 시사한다. 이번달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54.1을 기록했다. 확장세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전월(54.9)보다 낮아졌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더한 합성 PMI의 경우 53.0으로 3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번달 유로존 제조업 PMI는 43.6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44.8)를 밑돌았다. 서비스업 PMI 역시 52.4를 기록해 예상치(54.5)를 하회했다. 침체 우려가 커질 수 있는 수준이다. AXS 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바숙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세계 경기의 침체뿐만 아니라 미국의 침체에 대한 새로운 두려움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글로벌 성장 전망이 계속 악화하면서 증시가 미끄러지고 있다”며 “특히 유럽은 미국보다 더 급격한 침체의 위험에 있다”고 전했다.

최근 초강세장을 이끌다시피 했던 빅테크주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이날 애플(-0.17%), 마이크로소프트(-1.38%), 알파벳(구글 모회사·-0.69%), 아마존(-0.63%), 테슬라(-3.03%), 엔비디아(-1.90%) 모두 하락했다. 바클레이즈의 베누 크리슈나 전략가는 “인공지능(AI)의 주요 수혜주들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거품이 낀 것처럼 보이는 광범위한 기술주 전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연준 내 대표 비둘기파인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또 온건한 메시지를 보냈으나, 3대 지수는 반등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보스틱 총재는 이날 조지아대 행사에서 “5.00~5.25% 기준금리는 적당히 제한적인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가 인상 없이 내년까지 동결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이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 소수의견이다. 모야 분석가는 “대다수 연준 인사들은 당분간 강경한 (긴축)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점쳤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각국 긴축 기조와 함께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99%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55% 떨어졌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54% 하락했다.

국제유가도 침체 공포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5% 하락한 배럴당 69.16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은 지난 14일 이후 가장 낮다. 이번주에만 3.85% 떨어졌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