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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입맛 따라 재판 속도 들쭉날쭉…재판의 정치화 아닌가

논설 위원I 2023.05.22 05:00:00
대법원이 지난 18일 확정한 2건의 판결은 재판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날 대법원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제기했던 김태우 강서구청장에 대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공익 신고를 했던 그는 구청장직을 상실하게 됐고 그가 폭로했던 ‘권력형 비리’ 혐의자들은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지만 법정구속 없이 2심을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선 21대 총선에서 불법 후원금을 모금한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원’을 확정했다.

주목할 점은 재판 기간이다. 대법원은 김 구청장과 김 의원에 대해 2심 선고후 각각 9개월, 3개월만에 확정판결을 내렸다. 반면 업무방해 혐의로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1년째 판결을 미루고 있다. 이들 재판의 주심 대법관들은 모두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상대편 재판은 속전속결, 우리편 재판은 질질끄는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이후 민주당 계열 인사들에 대한 재판 지연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윤미향 의원과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은 기소 후 1심 판결에만 각각 2년 5개월과 3년 2개월이 걸렸다. 대법원 최종심까지 언제 이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윤 의원은 임기를 모두 채울 전망이고 조 전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2020년 1월 기소 후 아직도 1심이 진행 중이다. 그 사이 송철호 전 시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임기를 채운 후 지난해 재선 출마까지 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특히 자기편에 대한 재판 지연은 그들의 특권을 보호해주기 위한 판사들의 정치 행위일 뿐이다. 일부 판사들의 입맛에 따른 ‘정치 재판’으로 법치는 유린되고 사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법치 수호의 최후 보루인 판사들이 보여주는 납득 못 할 정파적 행태의 근본 책임은 김 대법원장에게 있다. 9월 임기 후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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