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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줌인] 우리아이와 감정코칭으로 소통하기

이순용 기자I 2023.02.05 08:17:02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윤진웅 소아청소년과장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윤진웅 소아청소년과장] 오늘도 퇴근해 집에 오니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이 아내와 휴대폰 게임시간에 대해 실랑이를 하고 있다. 급기야는 말다툼 중에 아들이 아내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안방 문을 ‘쾅’ 닫아버리고 들어가버렸다. 또 나의 자동반사적인 심정은 아내에게 버릇없이 행동을 한 아들을 방에서 끄집어내어 당장이라도 호통치며 벌을 주고 싶었지만 소아정신과 수련 중에 배운 ‘감정코칭’을 간신히 기억해내고 쉼호흡을 하며 마음을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감정코칭’은 이스라엘의 교육자이자 심리학자인 하임 기너트(Haim Ginott)가 창시한 이론으로 최근에는 미국의 심리학과 교수인 존 가트맨(John Gottman), 우리나라에서는 최성애, 조벽 박사에 의해 널리 알려져 있다(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최성애, 조벽, 존 가트맨, 해냄출판사)

감정코칭의 핵심내용은 아이의 행동 이면에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면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덜 일으키고 오히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잘 인지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중요한 역할은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무조
건적으로 공감해 주는 것이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와 유대감과 신뢰감을 형성한 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감정코칭 이론에서는 크게 ‘감정묵살형’, ‘감정코칭형’ 두 가지 유형의 부모가 있다고 한다. 감정묵살형은 부모 스스로의 감정도 잘 느끼지 못하고 자녀들의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담아두지 못하여 아이들을 혼을 내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유형이고 감정코칭형 부모는 자신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겪는 소소한 감정도 쉽게 알아차리고 공감해주는 유형이라고 한다(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최성애, 조벽, 존 가트맨, 해냄출판사).

실제로 아들의 소리지르고 문을 쾅 닫는 행동은 내가 아들 나이였던 시기에 당시의 엄격했던 부모님 에게는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아들의 행동에 대해 자동반사적으로 분노가 나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감정코칭의 배움 덕에 호흡을 가다듬은 후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게임을 하고 싶은데 엄마가 못하게 해서 화가 났나 보구나!’ 라고 말을 뗄 수 있었다. 아들은 아직도 분을 삭히지 못한 듯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말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도 어릴 때 게임을 좋아 했었는데 누군가 방해하면 엄청 속상했던 것 같아, 그렇지만 소리를 지르고 문을 쾅 닫는 행동은 보는 엄마, 아빠도 기분이 좋지 않고 화가 나’ 라고 아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동시에 나의 감정을 흥분하지 않고(?) 전달했다. 감사하게도 아들이 나의 의도를 이해하였는지 이전과 다르게 다시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않고 묵묵히 내 얘기를 듣고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 아들이 조금씩 진정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지적은 하였지만 아직까지 사과를 이끌어 낼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되어 일단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일단 화가 많이 난 것 같으니 화가 조금 줄어들 때까지 밖에서 기다려줄게. 얼마나 시간이 필요해?’ 라고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나에게 조용히 손가락 5개를 나한테 보였다. 5분이라는 뜻이었다. 아들의 약속을 일단 믿어보기로 하고 안방에서 빠져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5분이 지나니 스스로 아들이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나서는 엄마에게 자기가 잘못한 행동에 대해 사과하기 시작하였다. 유레카! 그 동안 나는 아들의 감정을 공감해주기 보다는 무시하는 쪽의 감정묵살형 아빠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아들하고 대화가 잘 안 되었었구나, 소아정신과의사로서 보호자들에게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왔었는데 정작 나는 아들의 감정을 공감 못 하고 있었구나!

소아정신과의사가 되기 전에 감정코칭형 아빠가 되어야 되겠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아이는 답답한 마음에 그러한 부모에게 자신의 기분을 더 알아달라는 의미로 떼를 쓰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아이가 바뀔 수 있는 것인데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얘기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는 진료실에 아이의 문제행동 때문에 찾아오시는 부모님들에게 다음과 같은 감정코칭 원칙에 대한 소개와 함께 부모-자녀 관계의 소통방식을 먼저 살펴보시라고 요청을 드리고 있다. 내가 확실하게 효과를 경험해보았으니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1) 먼저 부모 자신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차리기

2)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은 아이와 친해지고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는 기회임을 믿기

3) 공감하는 태도로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감정을 수용하기

4) 아이의 감정에 이름 붙이기

5)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제한을 두되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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