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빠트리고, 독약 먹이고…곳곳에 제2, 제3의 이은해

전선형 기자I 2022.04.23 02:30:00

보험사기 규모 1조 수준... 10년새 2배↑
사고로 꾸미고, 계획 범죄로 보험금 편취
징계수위 낮아... 지급 보험료 환수도 어려워
보험업계 "정부 차원서 보험사기 적극 대응해야"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지난 2017년, 충남의 한 갯벌에서 한 남성 A씨의 익사사고가 발생했다. A씨와 함께 있던 사람들은 그의 아들과 전처. A씨가 물놀이 중 바닷물을 들이켜 엎드린 자세로 헛구역질을 하자 모자가 등을 두드려주는 척하며 바다로 밀며 등을 눌렀다. 모자는 사고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총 8개 보험사에서 A씨 명의로 가입한 16개 보험의 보험금 13억2000만원을 타내려다 덜미가 잡혔다. 모자는 재판에서 “계획적인 살해가 아니라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폭발한 데 따른 우발적 살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짧은 순간에 피해자를 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갑자기 그것도 동시에 충동적으로 가졌다는 게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 ‘A씨 사망 뒤 곧바로 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점’ 등 결국 보험금을 노린 모자의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모자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경기도 포천의 40대 주부 B씨가 전남편, 재혼한 남편, 시어머니 맹독성 제초제 ‘그라목손’을 마시게 해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B씨는 알로에 음료 속에 제초제를 섞어 냉장고에 넣은 뒤 전 남편이 마시기를 기다렸다. 결국 전 남편은 음료를 마신 뒤 사망했다. 이 사건은 자살로 결론이 났고 B씨는 사망보험금을 수령했다. 9개월 후 B씨는 재혼을 했다. 재혼한 뒤 시어머니에게도 제초제를 탄 음식을 먹이며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같은 해 8월 같은 수법으로 재혼한 남편 이씨도 죽였다. 두 모자의 사인은 ‘폐렴’. B씨는 약 10억원의 가까운 보험금을 챙겼다. 결국 연달아 보험금 신청을 한 것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가 의심을 하며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5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살인 등 고의사고 비중 16%..매년 늘어

최근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보험사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벼운 차량 접촉사고를 이용한 보험사기는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고, 고의적 살인 등 방식은 더 흉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웬만한 수사 방식으로는 적발도 쉽지 않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보험사기 금액은 9434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8986억원) 보다 5.0%(448억원) 증가했고, 지난 2011년 4236억원보다 122%나 증가했다. 10년새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적발 인원도 10년간 가량 증가했다.

자동차사고를 과장하거나, 허위 진단서를 꾸미는 사고내용 조작이 압도적 비중(60.6%)을 차지하지만, 주목할 점은 바로 살인·방화 등 강력범죄 수준의 고의사고 유형 비중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적발 금액으로만 보험 고의사고 유형은 지난해 1576억원으로 16.7%를 차지했다. 2019년 12.5%, 2020년 15.4%보다 높다. 특히 목숨과 연관된 살인ㆍ상해 유형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해 52억원 수준, 적발된 인원은 97명이다.

자동차 사고를 이용한 속칭 ‘보험빵’도 최근 활개를 치고 있다. 보험빵이란 차선변경 등 법규위반차량 상대 고의로 추돌사고를 내거나, 가해자 피해자가 공모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를 말한다. 보험빵을 꾸미는 이들은 고액 아르바이트로 젊은이들을 모집해 일반인까지 보험사기에 가담시키고 있다. 조직폭력배까지 뛰어들어 사태가 심각하다. 실제 지난 2020년 조직폭력배 행동대원들은 모텔이 합숙하며 보험사기 방법, 사후조치 등을 모의한 후 3~4인 이상을 차에 태우고 자동차 고의사고를 유발해 탑승자 전원 합의금을 편취한 사건이 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경남, 부산, 대구 일대에서 총 45회의 고의사고를 내고 보험금 2억4000만원 상당을 챙겼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생명과 관계된 보험은 금액도 크고 여러 보험사에 몇 개씩 중복가입도 가능하다 보니 계획적으로 꾸며 살인을 저지르는 사고가 나고 있다”며 “비교적 쉽게 보험금 편취가 가능한 자동차·실손보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날 정도”라고 말했다.

◇“보험사기 적발 위해 유관기관 협조 필요”

보험업계는 보험사기가 증가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험사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낮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6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가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실제 형량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보험금을 지급받더라도 환수가 제대로 돼야 하는데 그마저도 어려운 상태다. 앞서 맹독성 제초제 살인 사건 B씨의 경우 이미 보험사 일부가 보험금을 지급했다. 유죄판결을 받은 뒤 보험사가 보험금 환급 소송을 했지만 ‘가지고 있는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환수하지 못했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물론 수사기관들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올해 초에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을 마련해 경찰청장이 관계기관 합동으로 정부합동 대책반을 설치·운영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금융당국이 건강보험 등 공영보험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가입 고객을 보험사기로 유인하는 보험업권 종사자를 가중처벌하는 문구 내용도 담겼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위해 제보를 받고 있으나 아직 적은 수준”이라며 “보험사기가 계속돼 보험금 지출이 커지면 손해율이 악화되고, 결국 보험금을 내고 있는 선량한 계약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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