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옮긴 불로장생의 염원…'십장생도'를 만나다

이윤정 기자I 2022.04.19 00:10:02

4월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
국립고궁박물관 왕실의례 전시실
문화재청 유튜브에서도 공개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늘 가지고 있는 소망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게 이어지면서 심신이 지쳐가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원히 존재하거나 오래 산다고 생각되는 자연물을 표현한 ‘십장생도’.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의미를 갖는 소재들이 십장생도라는 주제로 그려진 전통은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이어져 왔으며 특히 궁중에서 선호한 주제였다.

국립고궁박물관의 4월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인 ‘십장생도’(사진=문화재청).
‘십장생도’가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의 4월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에 선정됐다. 오는 24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 왕실의례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고,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신재근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다채로운 콘텐츠를 누리면서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며 “십장생도를 보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십장생도’는 해, 구름, 산, 물, 돌, 소나무, 거북, 사슴, 학, 복숭아, 영지 등 11개의 소재로 구성됐다. 이름처럼 반드시 10개의 소재로만 그려진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10개 안팎의 소재가 선택돼 그려졌다. 불로장생의 공간을 그린 만큼 현실 세계와는 다른, 마치 신선 세계와도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로 그려진 것이 특징. 산수 배경과 동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으로 화면을 구성했고, 진하고 화려한 색채를 써서 이상 세계를 연출했다.

특히 궁중에서 만들어진 십장생도는 조선 최고의 화가들이라고 할 수 있는 도화서 화원들이 제작한 것이기 때문에 화면 배치나 채색 솜씨가 남달랐다. 신 학예연구사는 “십장생도는 궁중 회화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이 소재들이 불로장생을 뜻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은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십장생도와 같은 형식으로 구성된 그림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설명했다.

십장생도는 궁중 행사에서 왕비나 왕세자처럼 중요한 인물들의 자리 뒤쪽에 병풍으로 놓이기도 했고 궁궐 내부를 장식하는 창호에 그려지기도 했다. 왕실이 오래도록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 왕실 가족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신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민간에서도 십장생도가 활발히 거래됐기 때문에 궁궐 밖에서도 십장생도 주제를 선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왕실 가족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던 그림의 뜻을 되새기면서 궁중회화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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