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내일부터 시행된다. 산업 현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근로자 등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법이다. 중대산업재해는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등이다. 공중이용시설, 대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관리상 결함으로 인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2개월 이상 치료해야 할 부상자가 10명 이상 날 경우 등의 중대시민재해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법의 취지는 흠잡을 구석이 없다. 지난 11일의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는 물론 이에 앞서 일어난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와 2020년 이천물류센터 화재 등 대형사고 때마다 많은 인명을 앗아간 원인 중 하나가 안전 불감증과 사전 예방조치 미흡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가 828명에 달한 점도 이 법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와 달리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결코 만만치 않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법 제정 전부터 경제단체들로부터 끊이지 않았고, 건설 등 위험한 작업 환경이 많은 업종에서는 공사 중단 움직임마저 확산되고 있다. 경영책임자의 처벌 논란및 관리사업장의 범위에 대한 개념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협력사 안전능력 평가의무화 등 기업의 책임만 강조한 비현실적 규정이 낳은 현상이다.
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기업들은 차기 정부가 개선해야 할 노동 관련 법·제도 중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을 최우선(33.1%)으로 꼽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322개사)에서는 53.7%가 “법 준수가 어렵다”고 답했다. 종업원 50~100인 기업의 경우 이 비율은 60.7%로 더 높았다. 현실을 무시한 채 처벌에 중심을 두고 만든 법이 시작 전부터 산업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기업에는 한숨을 강요한 셈이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보완· 수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감옥가지 않으려면 총알받이 대표를 세우거나 국내 활동을 접고 해외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 기업인들 사이에 유행처럼 오고 간다면 정상인 나라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