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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습지②] 하늘 정원을 거닐고 깊은 숲 생명수를 찾아 나서다

강경록 기자I 2018.05.27 00:15:00

한국관광공사 추천 6월 가볼만한 곳
1100고지 습지&동백동산 습지
글·사진= 정은주 여행 작가

1100고지습지 전시관 야외 전망대
바위마다 지의류가 가득한 1100고지습지
고요하고 평화로운 동백동산 먼물깍
동백동산_용암이 만든 바위 언덕과 그 위에 자라난 나무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라산 고원지대에 형성된 1100고지 습지는 대자연이 정교하게 빚은 하늘 아래 정원이다. 초지와 바위, 울창한 숲이 뒤엉킨 습지는 거친 야생에 가깝지만, 자세히 볼수록 인간이 가꾼 인공 정원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산딸나무와 산개벚나무, 팥배나무가 앞다퉈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한라부추 꽃이 습지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사철 다른 분위기로 관람객을 맞는다.

한라산이 품은 1100고지습지


◇한라산 눈과 빗물이 만든 습지 ‘110고지 습지’

1100고지 습지는 한라산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과 빗물이 고여 형성된 곳이다. 투수성이 높은 대다수 제주 지역과 달리, 바닥에 퇴적층이 있어 물이 빠지지 않고 상시 고인다. 심하게 가물지 않으면 언제든 크고 작은 습지가 형성되고, 물이 많을 때는 흰뺨검둥오리가 물 위를 떠가는 여유로운 풍경도 눈에 담을 수 있다. 이곳에 멸종 위기 야생생물인 자주땅귀개와 벌매, 두점박이사슴벌레가 서식한다고 알려졌다. 1100고지 습지는 이같이 특이한 지질구조와 보존 가치가 높은 생태 환경을 인정받아, 2009년 10월 제주에서 세 번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이곳 습지의 가장 큰 특징은 바위 하나에 서로 다른 나무가 엉켜 자라는 생태섬과 지의류가 많다는 것이다. 생태섬은 이곳이 점점 육지처럼 되어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습지 환경에 강한 꽝꽝나무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다른 나무들이 곧 바위를 에워싸듯 한데 자란다. 생태섬이 커가며 숲을 이룬 곳에 더 많은 육지 식물이 들어선다.

1100고지습지 입구
이곳을 탐방할 때는 숨을 크게 마시며 맑고 신선한 공기를 폐에 가득 채워보자. 바위에 붙어 자라는 지의류는 남북극 같은 극한 기후에서도 생존하지만, 공기가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못한다. 즉 지의류가 자라는 곳은 공기가 깨끗하다는 말이다. 1100고지 습지는 지의류 천국이라 할 정도로 지천에 널렸다.

1100고지 습지 탐방은 도로에 인접한 자연학습탐방로를 따라가면 된다. 탐방로에 나무 데크가 이어져 어린이와 노인도 관람하기 쉽다. 입구에 자리한 탐방안내소에서 해설사를 요청하면 습지 형성 과정과 이곳에 사는 동식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탐방로가 길지 않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30~40분이면 충분하다.

동백동산_번호판을 활용하면 길찾기가 수월하다


◇숲이 숨겨둔 생명수 ‘동백동산 습지’

동백동산 습지는 2011년 제주에서 네 번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곶자왈 지대인 동백동산 안에 크고 작은 습지가 있으며, 이 가운데 먼물깍이 대표적이다. 옛적 물이 귀한 시절에는 깊은 숲에 있는 이곳까지 물을 길러 왔다고 한다. 숲에 숨겨진 생명수를 찾는 기분으로 탐방에 나선다.

동백동산은 약 5km에 걸쳐 탐방 코스가 조성되었다. 동백동산습지센터에서 출발해 제자리로 돌아오는 코스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입구에 발을 들이면 순식간에 깊은 숲 속으로 빠져든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나 낙엽이 깔린 오솔길을 빠져나오면 이내 도틀굴이 나타난다. 제주 4·3 사건 때 마을 주민이 숨었다가 수색대에 발각돼, 수많은 목숨이 비명에 간 곳이다. 잠시 이들을 위한 묵념에 잠긴다.

4.3사건의 아픔이 깃든 동백동산 도틀굴


초여름에 숲은 푸른 기운으로 가득하다. 숲길을 따라 걷는 동안 용암이 만든 바위 언덕과 그 틈바구니에서 자라난 우람한 나무, 지면에 드러난 굵은 나무뿌리가 쉴 새 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가 싶더니, 잔잔한 연못 같은 먼물깍이 눈에 들어온다. 먼물깍은 제주어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물’이라는 뜻이다. 점성이 낮은 파호이호이용암이 암반 지대를 형성해 물이 빠지지 않고 늘 고였다. 이곳에 비바리뱀과 물장군, 긴꼬리딱새 등 멸종 위기 야생생물이 산다지만, 희귀해서 직접 보기는 어렵다. 대신 적막하리만치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위로해준다. 그것만으로 먼물깍에 온 보람은 충분하다.

동백동산은 되도록 해설사와 함께 탐방하기를 추천한다(3인 이상 가능). 겨울에도 푸릇한 곶자왈의 생태와 동백동산 이름에 얽힌 유래, 숲을 삶터로 삼은 옛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탐방이 더 유익하고 의미 깊어진다. 자유로운 탐방을 선호하면 동백동산습지센터에 들러 코스를 자세히 안내받고 출발하자. 숲이 깊고 울창해 자칫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주요 지점마다 번호판을 확인하고 이동하면 길 찾기가 수월하다. 동백동산 탐방 후엔 가까운 선흘반못에 들러보자. 이맘때면 연못 가득 수련 꽃이 만발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녹차미로공원에서 보내는 힐링 시간


◇제주의 늦봄을 즐기다

1100고지 습지를 지나 서귀포 쪽으로 내려오는 길목에 거린사슴전망대가 자리한다. 서귀포 앞바다와 시내를 한눈에 담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 섶섬과 범섬, 문섬이 나란히 선 파노라마 전망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보자.

산록남로 변에 조성된 녹차미로공원은 차밭을 미로처럼 꾸며, 천천히 걷기만 해도 치유되는 기분이다. 미로를 탈출해서 울리는 종소리가 맑고 청아하다. ‘셀카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 존이 많아 여기저기 기념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언덕 위 찻집에서 여유롭게 녹차 한 잔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다.

녹차미로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본태박물관이 있다. 한국 전통 공예와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며, 주변 경관이 수려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마저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소반과 조각보, 꼭두, 상여 등 요즘 보기 힘든 전통 공예품이 눈길을 끌고,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Pumpkin’ ‘무한거울방’,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아트, 살바도르 달리의 ‘늘어진 시계’도 만날 수 있다.

2·7일로 끝나는 날에는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을 구경해보자. 공항에서 8분 정도면 닿는다. 평소에 아무것도 없는 빈터지만, 장이 서는 날은 여기저기서 모여든 사람으로 왁자지껄하다. 옥돔과 고사리, 한라봉 등 제주 특산품을 비롯해 온갖 채소와 과일, 정육, 생선, 생활용품 등 없는 게 없다. 제주에서 가장 큰 오일장인 만큼 볼거리, 먹거리가 다양해 구경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본태박물관에 전시된 꼭두와 상여


◇여행메모

▶1100고지 습지 코스= 1100고지 습지→거린사슴전망대→녹차미로공원→본태박물관

▶동백동산 습지 코스 / 제주시민속오일시장→동백동산 습지→선흘반못

△가는길= (1100고지 습지) 제주국제공항→공항입구교차로에서 우회전→신제주로터리에서 직진→신제주초등학교입구오거리에서 연동신시가지 방면 우회전→제주일고앞교차로에서 좌회전→1100로→1100고지 습지

(동백동산 습지) 제주국제공항→공항입구교차로에서 시청 방면 직진→월성사거리에서 우회전→오라오거리에서 시청 방면 좌회전→국립제주박물관교차로에서 우회전→봉개교차로에서 좌회전→선흘리교차로에서 우회전→중산간동로 891m 이동, 좌회전→동백동산습지센터

△주변 볼거리=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러브랜드, 한라수목원, 서귀포자연휴양림, 다희연, 만장굴, 거문오름, 선녀와나무꾼 등

수련이 꽃을 피운 선흘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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