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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민심르포-광주]“우리가 밥이여?” 성난민심 ‘2번’ 뛰어넘을까

정다슬 기자I 2014.05.20 06:00:00
광주역 앞에 5.1민주화운동 34주년 안내조형물과 여야 정치권의 홍보 플래카드가 동시에 자리잡고 있다.


[광주=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광주가 밥이여, 노리개여?”

5·18민주화운동 34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용주(53)씨는 선거 얘기를 꺼내자마자 대뜸 “우리가 민주당 들러리냐. 광주시민을 아주 우습게 본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송정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김모(55)씨도 “광주는 민주주의의 성지인데 시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공천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의 ‘심장’ 광주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이날 광주에서 만난 상당수 시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윤장현 후보 전략공천에 불편한 심경을 고스란히 나타냈다.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강운태·이용섭 후보가 단일화에 최종 합의하면 광주시장 선거는 야당후보와 무소속후보간 양자대결로 펼쳐진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처럼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 심리가 곳곳에 존재하지만 ‘그래도 2번(새정치연합의 선거기호)이 될 것’이라는 기류도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 “목적 정당하다고 방식까지 정당화되나”

새정치연합의 윤장현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오랜기간 지지해준 신뢰를 이런 식으로 되갚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5.18민주묘지에서 만난 장길수(32)씨는 “어차피 공천하면 당선인만큼 후보선출만큼은 민주적 절차로 했어야했다. 시민의사와 상관없이 했다는 것 자체가 당연히 반발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남구에 사는 김모(47)씨도 “목적이 옳다고 방식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게 민주주의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불만은 자연스럽게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과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재평가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택시기자 김용주씨는 “야당은 강경할때는 강경하고 포용할때는 포용해야하는데 차별성이 없다”고 했고, 장길수씨 역시 “야당은 야성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하는데 여당에 묻어가려 하는 듯 한다”고 지적했다.

대선 때까지만 해도 안 대표를 지지했다는 전남대 학생 문나래(22)씨는 “윤 후보 자체는 광주에서 시민운동을 해온 흔적도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경선을 통해서도 시민에게 설득력있게 다가올 인물을 ‘안철수의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2번이..” 무소속 단일화 여부 관심

그래도 광주에서 ‘기호 2번’은 여전히 막강했다. 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시민들 중에서도 막상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기호2번이 될 것”이라고 답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5.18 관련단체에서 일하는 권모씨(33)는 “세 후보 모두 마음에 안들고 안철수 대표의 행보도 정치를위한 정치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나 광주에서는 2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 때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택시기사 이해섭(55)씨는 “당시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후보가 1위가 나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졌다. 광주에서 ‘민주당’의 위력은 결코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호 2번의 위력에 대항할 만한 ‘변수’는 강운태·이용섭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여부다. ‘전략공천’에 반감을 가진 이들 중 상당수는 “후보 단일화 후에 지지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특히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강·이 후보는 “광주가 키운 인물”이라는 자부심도 강한 듯 했다. 60대 전관호씨는 “이용섭은 광주에서 나온 용(龍)이여”라고 치켜세웠고, 20년째 광주에서 야채가게를 하는 배모(62)씨도 “강운태 시장이 딱히 잘한 것 없지만 대과(大過)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강·이 후보는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늦어도 28일까지 후보를 확정하기로 해 광주시장 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4년 전 광주시장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 두 후보가 앙금을 뛰어넘고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시선도 있었다. 택시기사 이해섭씨는 “서로 단일화만 되면 당선될 거라고 생각할 텐데 양보를 할까”라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광주시민을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소속 강운태(오른쪽 두번째) 후보와 이용섭(왼쪽 두번째) 후보가 17일 오전 5.18민중항쟁 제34주년 추모제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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