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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E][Worst Rating]③STX, 변화의 조짐..그러나 부족하다

김재은 기자I 2010.11.02 11:00:30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1일 10시 58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지난 9월 초 수십 명의 애널리스트들이 STX그룹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중국 대련시 장흥도. 일명 `STX구(區)`로 불리는 곳이다.

STX(011810)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17억달러를 들여 이 지역에 단조, 주조, 엔진제조, 블록 및 신조선박, 해양플랜트를 일괄 생산하는 대련 콤플렉스(complex)를 완성했다.
“생각보다 활발히 가동되고 있었고, 캐파 증설에 대비한 유휴부지도 상당히 확보돼 있었다. 대련시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중국 내 자금조달도 웬만큼 된다고 판단했다.”

현장을 둘러본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얘기다. 2009년 5월 9회 SRE이후 벌써 4번째. 워스트 레이팅 단골손님인 STX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에쿼티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주가로 환대하고 있지만 크레딧 시장은 좀 더 확인하고 가겠다는 심리가 크다. 그동안 취했던 그룹의 재무전략 등이 점차 바뀌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평가다.

재무구조 악화일로…등급은 그대로

조선과 해운비중이 절대적인 STX그룹은 금융위기 후 글로벌 업황이 급격히 꺾이면서 2009년 5월 워스트 레이팅에 첫 이름을 올렸다. 신평사들이 STX조선해양(067250)의 등급 `BBB+`에서 `A-`로 올린 시점은 2008년 6월부터 2009년 12월. 지금까지 길게는 2년 5개월간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STX그룹의 재무구조는 BBB+였던 시절보다 지금이 더 좋지 않다. 몸집에 걸맞지 않은 옷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올 법 하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2007년말 40%였던 차입금대비 현금흐름(CF)비중은 2008년 32.5%, 2009년 15.1%로 떨어지더니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1.9%까지 하락했다. 투자 확대에 따라 차입금 부담이 늘어난 반면 신규 수주는 줄어들며 현금흐름이 악화된 영향이다.

실제 2007년말까지 STX조선해양은 순차입금 마이너스 1100억원의 양호한 재무지표를 보유했지만 올 6월 순차입금은 1조8900억원에 달한다. 그룹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A를 받고 있는 STX팬오션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7년말 102.8%에 달했던 CF/차입금은 2009년말 2.8%까지 드라마틱하게 추락했다. 6월말에는 9.4% 수준으로 소폭 반등했다. 팬오션 역시 2007년말 1143억원의 마이너스 순차입금에서 2010년 6월 현재 1조370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한 SRE 자문위원은 “2000년대 초반이후 한국의 조선산업이 급성장하며 등급이 대부분 상향됐다”며“하지만 지금은 수주가 많이 줄어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조선경기 회복도 불확실해 등급이 내려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신평사 측은 “조선, 해운업황의 특성상 사이클이 길고, 진입장벽이 있으며, 셀러 마켓인 점 등을 고려해 재무위험보다는 사업위험 쪽에 가중치를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에서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업종이라면 등급도 빨리 움직여야겠지만, 수주 과정이 2~3년씩 걸려 관찰 기간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며 “STX그룹의 재무위험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여러 노력들로 차입금을 줄이겠다고 한 만큼 좀 더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투자 부담 해소될까

시장은 STX그룹의 최대 리스크로 무리한(?) 투자부담을 꼽는다. STX그룹은 잘 알려진대로 2000년대 M&A를 통해 급성장한 대표적 그룹이다. STX가 4번이나 워스트레이팅에 이름을 올린 건 어찌보면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이에 따른 차입금 부담에 경고음을 울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STX그룹은 2009년 9월 현대산업개발, 2010년 2월 대우건설, 2010년 8월 대한조선 등 시장매물을 끊임없이 입질하며 크레딧 우려를 확대시켰다. 하지만 이중 단 한 건도 인수에 성공하진 못했다.

이 같은 M&A 추진 외에도 STX유럽과 STX대련 등 해외법인에 대한 투자부담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STX유럽 인수에 최대 1조7000억원(대여금 포함)의 자금을 들였고, STX대련 콤플렉스도 17억달러 외에 3700만달러의 추가투자가 예정돼 있다.

공격적 투자의 당연한 결과물일까. 2009년말 기준 STX그룹 전체(해외법인 포함)의 총 차입금은 8조8300억원으로 단기차입금을 포함한 유동성 대체분이 올해 중 4조6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STX그룹회사채는 1조4045억원에 달한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올해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만기가 돌아와 이에 대응한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며 “유산스 및 일반자금에 대해선 롤오버를, 회사채에 대해서도 일부 상환하고, 나머지는 차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TX는 이밖에도 유동성 보강을 위해 비상장인 STX중공업(KRX), STX유럽(싱가포르), STX대련(홍콩)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가운데 STX유럽의 OSV부문 상장이 연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의 시총 규모를 1조3000억~1조5000억원으로 추정하며, 상장으로 STX조선해양에 약 7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6개월전에는 그룹 사정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지 않았다”라며 “최근 2~3년간 계열 신용도와 관련해 주요 모니터링 요소였던 해외법인이 2009년을 지나며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황 나아지지만 그룹 아킬레스 `여전`

이번 12회 SRE에서 조선과 해운산업의 위험도는 지난 3차례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 이에 대해 한 SRE 자문위원은“조선업 위험도가 크게 줄었는데, 이는 회사채 시장에서 조선업체가 상대적으로 튼튼하기 때문”이라며“실제 조선업황은 해운업보다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조선, 해운업황 회복은 STX그룹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원래 커플링되는 조선과 해운업 시황이 현재 디커플링되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해운업황 회복을 바탕으로 팬오션의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간 골치를 썩였던 해외법인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STX그룹자체의 한계, 수직계열화와 조선, 해운업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 등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STX대련의 경우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11월 중순께 나오는 3분기 실적과 현금흐름 등을 직접 확인해보겠다는 게 절대 다수다.

한 SRE 자문위원은 “크레딧이 개선되긴 했는데 `좀 심각하다`는 회사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라며 “STX조선도 하반기에 좋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확인을 못했고, 여타 조선사가 좋아지는 것에 비해 상당히 뒤져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시장에선 등급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STX는 어쩐지 좀 찜찜하다는 느낌이 강하다”라며 “조선, 해운 업종이 바닥을 치긴 했지만 아직은 불안한 것 같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우려가 된다”고 했다.

실제 STX조선해양의 모태인 대동조선은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던 업체로 기술력 등에 있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자문위원은 예시를 들었다. “60명이 있는 반에서 30등 하던 학생이 10등까지 성적을 올렸다. 참 잘했다고 박수쳐 줄 일이지만 엄연히 1~2등과는 격차가 있다. 이를 무시하면 안 된다.”

신평사 관계자는 “STX그룹의 경우 재무역량이 좀 떨어져도 사업역량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다만 시간을 길게 줬음에도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하고 장기화할 경우 결국 등급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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