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킬러 문항을 포함한 수능 부작용과 사교육의 심각성은 여야, 보수, 진보가 모두 공감하는 문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야당도 킬러 문항을 정치적 공방 소재로 삼기보다 이를 공통 분모로 만들고 교육 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사교육 문제는 여야와 어른 세대 전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2014년 당선된 후 지난해 3선에 성공한 조 교육감의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자사고 폐지 마찰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사교육 문제에 대한 그의 진단과 해법은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고 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데서 시작된 여야의 입씨름은 사교육 지옥 해소와 교육 개혁이라는 본질을 떠나 열흘 넘게 나라를 혼란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진지한 논의는 사라진 채 ‘최악의 참사’ ‘대혼란’ 등 섬뜩한 용어를 앞세운날선 공방이 교육과 입시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사교육은 국민 모두의 큰 짐이 된 지 오래다. 올해 1분기 가계소득 최상위인 5분위 가구 중 13~18세 자녀가 있는 가구의 월평균 학원·보습 교육 소비 지출은 114만 3000원으로 전체 지출의 무려 17.5%를 차지했다. 사교육에 짓눌린 건 1~4분위 가구도 마찬가지다. 학원비로만 월 수백만원이 들어간다는 가구가 부지기수다 보니 서울만 해도 학원수가 편의점 수의 3배에 이를 만큼 사교육은 황금알 비즈니스가 돼 버렸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2150조원의 1.2%가 넘는 26조원의 막대한 돈을 거의 해마다 사교육에 퍼붓는 현실에서 노후 대비가 제대로 될 리 만무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도 필요하다면 사법적 조치를 고려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시비 대상이 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전 국민의 이해와 미래가 걸린 교육 개혁은 특정 정파나 이념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략적으로 해석하거나 접근해서도 안 된다. 투쟁과 구호만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향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일이다. 여야가 소모적 공방을 속히 끝내고 반성과 함께 긴 시야의 종합적 개혁에 힘을 합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