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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20주년]희생자 자녀 이야기…기억나지 않지만 잊을 수 없어

김다솔 기자I 2021.09.11 05:18:11

“아버지가 없는 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쁜 사람들이 아빠를 죽였다고 들었고, 두려워졌다"
"계속 흐릿해지는 형상이자 희미한 메아리"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의 자녀들이 입을 열었다. 사진은 안 구안켄이다. (사진= NRP 캡처)


[이데일리 김다솔 인턴기자]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의 자녀들이 입을 열었다.

5일(현지시간)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미 9·11 테러 20주기을 맞아 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남성이 없는 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너무 어리고 약했으며,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안 구엔칸은 회고했다. 그의 아버지 캉 구엔칸은 미 해군에서 일하던 계약직 엔지니어로, 9·11 테러 때 미 국방부 건물에 충돌했던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당시 캉의 나이는 41세, 안은 4살이었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의 자녀들이 입을 열었다. 사진은 어린 안 구안켄의 모습이다. (사진= NPR 캡처)


아버지가 사망 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안은 사건 현장을 찾았다. 그가 건넨 사진에는 중앙부가 파괴된 국방부 앞에서 주황색 안전망을 부여잡고 있는 어린 안이 서 있다.

안이 초등학생 때 그린 ‘나에게 아버지의 의미’라는 제목의 그림 일기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너무 슬퍼서 모든 기억을 지웠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사랑해요”라고 적혀있다. 글 위에는 미 국방부 건물에 부딪히기 직전의 비행기와 울고 있는 안이 그려져 있다.

안은 성장하면서 자신에게 본질적 질문을 계속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성 롤모델이 없는 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하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엄마는 나쁜 남자들이 아빠를 죽였다고 말했고, 그때부터 나는 모든 남자들을 두려워했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의 자녀들이 입을 열었다. 사진은 로렐 호머다.(사진= NRP 캡처)


로렐 호머의 아버지 르로이 호머는 9·11 테러 때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들이받은 여객기의 부조종사였다. 당시 르로이는 36세였으며, 로렐은 태어난 지 10개월이 채 안됐을 때다.

아버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로렐은 “잘 모른다. 스스로에게 잘 묻지 않는 질문”이라고 답했다. 로렐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차단해왔다며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설명했다.

로렐은 “어머니는 나에게 비행기에 있던 나쁜 남자들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나는 가족과 낯선 사람을 비롯한 모든 남성을 두려워했다”고 부연했다.

현재 20살이 된 된 로렐은 9·11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뉴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 떠도는 9·11에 대한 소식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NRP는 9·11 테러로 많은 이들이 너무 어려서 부모를 기억할 수조차 없는 자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기억을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 흐릿해지는 형상이자, 희미한 메아리라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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