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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뜷린 집에 내려서다, '시공의 데자뷰'에 이끌려

오현주 기자I 2021.09.04 03:30:01

2020년 작
표갤러리서 '열린 풍경' 전 연 작가 김정선
원거리 '여행자'연작서 나아간 '줌인' 풍경
안팎 묶이고 통하는 지하공간 '매직 가든'
"어린 시절 자연과 꿈속에서 봤던 기시감"

김정선 ‘매직 가든’(Magic Garden 1·2020), 캔버스에 아크릴, 91×73㎝(사진=표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다 드러낸 듯하지만 덜 드러낸 거다. 차라리 감췄다는 게 맞을 거다. 거대한 풍경에 든 어느 건축물, 그 넓은 마당자리를 차지한 정원이 지하공간에 숨어 있는 모양이니까. 마치 지진이라도 지나간 뒤 지층이 내려앉은, 무너진 정원 같다고 할까. 굳이 이런 조형이어야 한 이유가 있는 건가.

익숙지 않은 이 풍경은 작가의 화풍이 달라진 것과도 연관이 있다. 작가 김정선은 ‘여행자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2013년부터 그린 연작은 붉고 푸른 단색조 색상에 사실주의적으로 그린 원거리 풍경이었던 터.

그랬던 그림이 구도와 구성, 색감까지 변화를 겪은 거다. 좀더 선명해졌음에도 되레 사실주의는 놔버렸다고 할까. 줌으로 바짝 당겼더니 멀리서 보던 것과 다른 실체가 보였다는 식이랄까.

이를 두고 작가는 ‘열린 풍경’이라고 말했다. “꿈속에서 하늘을 날며 봤던 풍경, 어린 시절 자연에서 봤던 풍경에서 비롯된 기시감”을 꺼내놨다는 거다. “좀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열린 공간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과정”에서 만난 비밀스러운 ‘매직 가든’(Magic Garden·2020)이라고. 안팎이 하나로 묶이고 모든 곳이 이러저리 통하는 마법 같은 서랍장, 바로 ‘시공의 데자뷰’였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표갤러리서 개인전 ‘열린 풍경’을 열고 있다. 전시는 17일까지.

김정선 ‘매직가든’(Magic Garden 2·2020), 캔버스에 아크릴, 91×73㎝(사진=표갤러리)
김정선 ‘매직가든’(Magic Garden 5·2020), 캔버스에 아크릴, 73×70㎝(사진=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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