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방 안에서 재무재표 읽는 법만 공부해요"
고용 빙하기를 뚫고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들이 교육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모(25) 씨는 지난해 12월 2년간의 준비를 거쳐 언론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달라진 업무 환경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정씨는 "수습 기자다보니 취재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전화 취재로만 기사를 쓰려니 막막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5인 이상 집합 금지조치로 회사 선배들도 만날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며 "수습기자 기본교육이 비대면으로 이뤄져 타사 기자들과 교류할 기회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취재와 기사 작성에 있어 조언을 구할 선배·동료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올해 초 무역회사에 입사한 이모(25·여)씨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업무 적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모씨는 "신입사원 전체 연수를 원격강의를 통해 수강했다"며 "코로나가 1년째 지속되는 탓에 강의 자료나 원격 강의 프로그램의 품질은 좋았다"다고 말했다. 이어 이모씨는 "대면으로 동기·선배를 만날 기회가 적어 입사 이후 직무 관련 질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입사원 입장에서 업무를 두루 배울 수 없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이모씨는 "코로나1 9 확산에 따라 세계각국에서 봉쇄조치가 있어 제조업 부문의 매출 감소가 뚜렷했다"며 "신입 기간에는 산업재·에너지·식품 등 각 팀을 돌면서 대략적인 업무를 배우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산업팀 업무를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사담당자 "그룹채팅방·비대면 프로그램 통해 교육훈련 보강할 것"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기업 다수가 신입 연수를 원격으로 전환한 상태다.
LG·SK·롯데그룹은 전계열사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신입 교육을 모두 비대면으로 바꿨다.
신입 연수 기간이 길고 교육 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금융권도 신입 연수를 일부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IBK 기업은행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엔 기업연수원에서 두 달 동안 합숙교육을 진행했지만, 작년부터는 온라인 교육과 영업점 교육으로 구성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씨가 근무하는 언론사의 인사담당자는 "현재로선 기자실이 폐쇄된 곳이 많아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수습프로그램을 제공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수습기자가 선배기자에게 질의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비대면으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씨가 일하는 무역회사의 인사담당자도 "코로나19가 장기화에 따라 원격 프로그램을 안정화하고 교육자료의 질을 개선했다"며 "코로나19 사태 당시 입사한 신입사원이 업무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코로나19가 안정화된 이후 추가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노무사 "노동법상 신입사원 직무연수 관련한 내용은 없어"
김기선 노무사 (노무법인 119) 는 "현행 노동법에 신입사원에 대한 교육연수를 명시한 조항은 없다"며 "신입사원에 대한 직무연수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라 코로나19로 인해 부실한 연수를 받았다 해도 법적으로 교육연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노무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만큼 기업 내규를 수정해 기입사자에게 연수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제공하는 등 개선점이 필요해보인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오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