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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악화일로의 고급 두뇌 해외유출, 이대로 미래 있나

논설 위원I 2024.06.24 05:00:00
첨단기술 개발과 산업화가 경제 발전의 추동력이 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만성적 두뇌 유출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 국내 교육기관의 과학기술 인력 공급이 산업계 수요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국내 인력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추세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수십년 간 교육을 받고 연구개발 경험을 쌓은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은 큰 손실이다.

이기명 고등과학원 부원장이 오는 8월 중국 베이징 수리과학및응용연구소(BIMSA)로 가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급 두뇌 유출 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201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은 이 부원장은 국내 이론물리학 분야의 스타 학자로 꼽힌다. 그는 올해 65살로 정년을 맞았지만 연구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이직할 곳을 알아보았다. 그 결과 국내에는 자신을 받아줄 만한 곳이 없어 넉넉한 지원을 약속한 BIMSA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고등과학원은 그를 ‘석학교수’로 남아있게 하고 싶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그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2019~2028년 10년 간 국내 과학기술 인력 수요는 71만 3000명, 공급은 70만 3000명으로 공급이 1만 명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공급되는 과학기술 인력의 약 절반이 비과학기술 직무에 종사한다는 데 있다. 여기에 두뇌 유출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유출 지수는 지난해 4.66점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36위다. 지난 2020년 5.46점(28위)보다 1점 가까이 낮아졌다. 이 지수는 0점에 근접할수록 ‘두뇌 유출이 국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침’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이공계 인력의 연평균 국내 유입은 4000명, 국외 유출은 4만명 정도라니 압도적으로 유출이 많다. 두뇌 유출을 이대로 놔둔 채 국가 경제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근 중국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기세를 올리는 것은 국가적 집중 지원의 결과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두뇌 유출 방지와 과학기술 진흥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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