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성공異야기]"100개기업 정보시스템 구축..5년내 연매출 2000억 자신"

김관용 기자I 2015.10.28 01:00:00

박철욱 사장, 세계 최대 컨설팅 회사 타이틀 버리고 벤처창업
역경 딛고 국내 최대 SAP 솔루션 서비스 회사로 '우뚝'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시스템통합(SI)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SI회사들은 전 그룹사의 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삼성SDS(018260), LG CNS, SK(034730)주식회사 C&C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연간 매출액 규모가 2000억~1조원 수준인 중견기업들은 대기업과 같은 SI 계열사가 없다. 이들 역시 경영효율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보기술(IT) 역량이 절실하다. 이같은 중견기업의 SI회사 역할을 맡아 성공한 기업이 비에스지(BSG)파트너스다.

BSG파트너스는 지난 15년 동안 중견기업 시장에서 SAP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 등을 공급하며 ‘정보화 도우미’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기업까지 고객군을 확대했다. 요즘은 중소기업에까지 관심을 두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정보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박철욱 BSG파트너스 사장은 “정보시스템 구축 컨설팅과 유지보수를 넘어 기업의 모든 문제를 IT를 통해 해결하는 회사로 자리매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박차고 나와 ASP 회사 창업

액센츄어(前 앤더슨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던 박 사장은 동료 3명과 2000년 BSG파트너스를 창업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SW)를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지 않고 일정한 요금을 받고 임대해 주는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서비스가 유행했다. BSG파트너스는 이같은 ASP 모델을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 출범한 회사다.

창업 당시 박 사장의 나이는 32세. 혈기왕성한 시기에 동료들과 회사를 나와 한국형 ASP 모델을 꿈꿨다. 대학생들이 주로 공부방으로 활용하던 ‘민들레영토’(민토)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IR 자료를 만들고 사업기획서를 작성했다. 투자 유치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박 사장은 회사를 나온지 4개월 만에 대기업으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

박 사장은 당시만해도 사업에 자신이 있었다. 자기 자신이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출신이고 추가로 15명의 액센츄어 컨설턴트도 영입했다. 그러나 곧 첫 위기가 찾아왔다.

“고객들이 저를 인정해주고 만나줬던 것은 제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제가 다니는 회사의 브랜드 때문이라는 것을 창업 6개월만에 깨달았습니다. 고객들이 기존 가격보다 싸게 솔루션을 제공하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회사의 사업수행 실적(레퍼런스)과 업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박철욱 BSG파트너스 사장(사진=김유성기자)
◇반복되는 경영위기, 직원들의 힘으로 버텨

박 사장은 투자 유치 이후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1기 신입사원을 명문대 출신으로 15명이나 채용했다. 하지만 영업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창업 첫 해 매출액은 고작 3억원. 2년차에는 10억원도 채 되지 않았다. 창업 2년6개월 만에 30억원의 투자금을 모두 소진했다.

그래서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무급 휴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를 사실상의 해고 통보로 받아들였다. 60명의 직원 중 절반이 퇴사했다. 박 사장은 “참 많이 울었던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힘에 부쳐 몇몇 업체들을 만나 회사를 무상으로 넘기려 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아내의 새벽기도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더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런데 2003년 말부터 그동안 공을 들였던 3건의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게 됐습니다. 60억원의 매출을 확보하면서 회사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BSG파트너스는 시스템 운영을 핵심으로 하는 아웃소싱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같은 부분이 회사의 성장 밑거름이 됐다. 2006년 드디어 매출 100억원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또 다시 어려움이 찾아왔다. 2007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맸다. 때문에 저가 수주가 관행처럼 굳어졌다. 100명에 달하는 인력을 유지할 여력이 없었다. 또 컨설팅 핵심 인력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당시를 “성장을 위한 경영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경영을 할 수밖에 없던 시기”라고 했다.

창립 10주년이었던 2010년 박 사장은 회사의 재도약을 위해 인력을 대규모로 확충했다. IT 컨설팅과 아웃소싱 사업이 핵심이기 때문에 우수 인력 확보가 성장의 토대라고 생각했다. 260명까지 직원수를 늘렸다. 모바일 중심으로 업무 환경이 변화할 것이라고 판단해 이 분야에 집중 투자를 단행했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확산되던 시기다. 그러나 생각대로 시장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또 인력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까지 다다랐다.

“당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회사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람 중심에서 조직 중심으로 시스템이 정착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회사 초기부터 어려움을 같이해왔던 직원들이 애사심을 갖고 함께 버텨줬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국내 대표 SAP ERP 기업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올해 BSG파트너스는 중국 시안법인,인도네시아 법인 및 계열사인 P&T, BRNR, 피플와이드(Peoplewide)를 포함해 6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웃소싱 매출 비중도 60%에 달한다. 현재의 수익구조가 안정적인 아웃소싱 매출 기반 위에 공격적인 컨설팅 사업이 가능한 이상적 비율이라는게 박 사장 판단이다.

BSG파트너스의 IT아웃소싱 고객수는 2014년까지 연평균 약 2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4년 말 기준 약 100개 법인에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SG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정보시스템의실사용자수는 7000여명, 서비스 이용 고객의 전체 매출은 37조원에 달한다. 명실공히 국내 최대 SAP ERP 회사라고 불릴만하다.

국내 중견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은 정보화 통합 이슈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양질의 IT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이미 BSG파트너스는 해외 지사설립과 함께 한글라스, KH바텍, 동화기업, 성주그룹, 현대다이모스, 한라비스테온공조 등 다양한 고객사의 해외 정보시스템에 대한 운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시장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시켜나가기 위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다. 최근 BSG파트너스는 SAP 솔루션 관련 컨설팅과 운영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SAP ERP를 클라우드 서비스화 했다. BSG파트너스는 ERP를 시작으로 인적자원관리(HR)와 플랫폼 비지니스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박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BSG파트너스 직원들의 일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멘토가 될 수 있는 연수원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BSG파트너스는 저의 회사가 아니라 영속기업이 될 것입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IBM과 같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영속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당장의 실적 앞에 조바심을 내기보다 회사가 보다 탄탄해져야 합니다.”

박 사장은 2020년 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성장 속도라면 시장상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철욱 BSG파트너스 사장(사진=김유성기자)
◇용어설명

전사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회사의 자금·회계·구매·생산·판매 등 모든 업무 흐름을 통합해 관리하고 이를 통해 경영의 효율화를 돕는 전산시스템이다.

◇박철욱 사장

1969년 생으로 1993년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앤더슨컨설팅에 입사해 2000년까지 ERP 부문 LOB(line of Business)의 프로세스 담당 매니저로 일했다. 2000년 BSG파트너스를 창업해 현재도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재직하고 있다.

◇BSG파트너스는

설립일: 2000년 5월31일

매출액: 500억원(자회사 포함 2014년 기준)

종업원수: 280명(2014년 말 기준)

주요사업: 기업 정보화 전략 컨설팅 서비스, SAP 솔루션 컨설팅 및 운영 서비스, 클라우드 SW 서비스 등

박철욱 BSG파트너스 사장(사진=김유성기자)


▶ 관련기사 ◀
☞NIPA SW공학센터 신임 소장에 심현택 前삼성SDS 전무 선임
☞삼성SDS, 파트너사 초청 행사.."혁신과 상생으로 스마트 투게더"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