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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이슈)물가안정목표제 바뀌면 금리정책은?

최한나 기자I 2006.08.17 07:01:00

CPI로 기준 바뀔 듯..목표범위는?
채권시장 "금리인상 명분 될수도..약세 재료"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오는 2007년부터 적용될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제 발표를 앞두고, 이에 대한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안정목표의 기준지표와 레벨 등 변경 내용도 관심이지만, 더 큰 관심대상은 물가를 바라보는 한은의 시각이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반복해 강조해왔던 한은인 만큼, 이번 발표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 행보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담겨있는 것.

◇ 기준지표 및 물가목표 변경 여부 `관심`

이번 중기 물가안정목표제 설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6년동안 사용됐던 기준의 변화 여부. 그동안은 유류와 농산물 가격의 계절적 변동성이 크고, 정책적인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제외한 물가인 `근원인플레이션`을 관리대상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올해 새로 설정될 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현실적인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다 이 품목들을 제외하고는 물가상승압력을 제대로 잡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연초 한국은행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근로자들의 소비 바스켓에 포함돼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총망라한 물가지수를 정책변수로 선정해야 한다"며 "농산물과 에너지 제품들이 포함돼 있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이런 기준을 가장 잘 충족하는 물가지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목표 레벨의 조정 여부도 관심이다. 현재 설정돼 있는 목표치는 근원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전년비 2.5~3.5% 수준. 지난 2004년 설정된 범위다.

그러나 근원 물가상승률은 올들어 계속 목표범위를 밑돌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의 근원 물가상승률은 1.6%로 목표치보다 1%포인트 가량 낮았고, 지난달 근원 물가상승률도 2.2%에 불과했다. 목표 자체가 무색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으로 기준이 변경될 경우에도 목표수준을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저성장 저물가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점, 최근의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로 기준을 바꿔도 목표수준을 현재 근원물가 목표수준보다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재은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가장 의미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해야 할 물가목표가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지금 설정돼있는 목표범위를 소비자물가 기준으로 적용하더라도 지나치게 나이브한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단행된 금리인상의 가장 큰 이유가 물가압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었는데, 지금의 수준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긴축적 통화정책에 대한 설득력 확보와 앞으로의 물가 관리 의지를 고려할 때, 범위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달성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목표수준의 하향조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하고 목표범위는 2.5~3.5%를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물가수준으로 볼 때 목표범위 상한을 4% 이상으로 잡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 반대로 수준을 낮추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2.5~3.5% 범위로 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금융통화위원들 입장에서는 목표의 달성 가능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소비자물가의 변동성을 생각할 때, 목표대상을 소비자물가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는데, 목표범위도 지금 근원물가보다 낮춘다면 상당히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 물가지표의 현실화..금리인상 명분 될까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한은의 통화정책적 행보. 새롭게 설정되는 중기 물가안정목표 모습을 통해 인플레이션 컨트롤에 대한 한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어 인플레이션을 소비자물가로 변경한다면 그만큼 물가를 좀 더 타이트하게 관리하겠다는 뜻 아니냐"라며 "기준이 변경되고 범위마저 낮아지면 물가에 대한 한은의 우려가 상당하고, 이를 잡겠다는 의지도 크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에 대한 한은의 우려는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다수 참가자들은 물가안정목표제의 변경이 한은의 금리인상 명분을 보다 확실히 세워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금통위에서의 코멘트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금리인상 사이클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

유가 변동을 포함하는 소비자물가로 기준지표가 변경되면 물가 오름세 및 상승 압력이 이전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고, 이는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데 보다 편한 여건을 조성해준다는 분석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물가안정목표제 변경의 핵심은 중국효과, 환율효과 등을 제거한 `물가지표의 현실화`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물가 쪽을 타이트하게 본다는 것은 인상기조가 살아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물가로 기준을 바꾸고 수치까지 낮아진다면 올해 하반기 및 내년 상반기 물가는 수정 목표의 상단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추가 금리인상의 가능성이 좀 더 커진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요인임에는 틀림없지만, 단기적 영향력은 제한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투신사 관계자는 "기준이 소비자물가로 바뀌면 물가 상승압력에 좀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세쪽 뉴스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미 시장에서 알고 있는 내용인데다 최근 중국, 미국 등의 인플레이션 완화 재료들이 잇따르고 있어서 당장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소한 올해 통화정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다른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이성태 총재가 취임한 이후의 금리인상은 사실상 내년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대응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은 내년 이후의 물가안정목표제를 염두에 했다고 보는 것이 옳고 따라서 목표대상이나 범위가 바뀐다고 해도 연내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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