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의 4월 총선 입후보자 공천 작업이 중반을 훌쩍 넘기고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총선 정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주요 지역구마다 빅 매치에 나설 후보 윤곽이 가려지면서 중도층 민심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등 국민 관심도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두 당의 행태와 파열음, 내홍 등을 보노라면 정치 혁신의 기대가 이번에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재명 대표가 계파 정리용 공천을 노골화하면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의 분란은 친명-친문 전면전으로 치달으며 분당 직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당권과 대권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원내외 호위 무사들에게 대거 공천장을 쥐여준 데서 온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그제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정동영 전 의원에게 지역구 경선 기회를 주는 한편 4선의 이인영 의원은 단수 공천했다. 모두 고령과 터줏대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이다. 이쯤 되면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고 한 이 대표의 물갈이 발언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민주당의 내부 갈등이 심각한 탓에 잡음이 없는 것으로 비쳤지만 국민의힘 공천도 민의에 부응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그제 영남 3개 지역 현역 의원을 탈락시켰다곤 해도 국민의힘은 직전까지 ‘현역불패’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세대교체가 거의 없었다. 중진 다선 의원은 모두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일부에서는 “150~160석도 가능하다”(장성민 후보)는 전망까지 내놨다. 민주당에 쏟아진 민심의 질타 등 반사이익에 취해 있지 않으면 꺼내기 힘들었을 경솔한 발언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세대교체와 운동권정치 청산을 다짐한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역시 혁신을 통한 새정치 구현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감동은 고사하고 여성과 젊은 정치인의 새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는 구태 공천, 자질·역량과 관계없이 충성심을 잣대로 안겨주는 방패 공천은 정치 혁신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22대 국회가 사상 최악의 저질로 비판받는 21대 국회의 재판이 되지 않으려면 두 당은 지금부터라도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 기대에 부응할 후보자들을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