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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3년차의 설]④"휴일이 어디있나요"…'설 연휴' 잊은 사람들

이용성 기자I 2022.02.01 06:00:00

오미크론 확산…''설 명절'' 잊은 의료진들
연휴 기간 사건↑…경찰도 긴장 태세
"가족보고 싶지만…사명감으로 근무"

[이데일리 이용성 이수빈 기자] “당연히 가족들이랑 설 연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야 있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우리 일인데.”

30년 넘게 경찰 근무복을 입고 일선 현장을 누비고 있는 A경감은 올 설 연휴도 근무한다. 근무표만 볼 뿐, 연휴인지 아닌지는 굳이 따져볼 생각도 이젠 않는다고 했다. A경감은 “경찰들 모두가 똑같다. 직업의식이나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할 뿐”이라며 웃었다.

설 연휴를 앞둔 28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성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 기간 오랜만에 모여 정을 나누는 가족들이 많지만, 긴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이들도 있다. 설 연휴 기간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사건을 대처하기 위해 근무하는 경찰, 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 구청 관계자 등이다.

경찰청은 설 연휴기간 안정된 치안확보를 위해 지난 24일부터 2월 2일까지 10일간 전국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함께 ‘설 명절 종합치안활동’을 추진한다. 설 연휴에는 가정 폭력·아동학대·절도 등의 사건이 급증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학대 사건 같은 경우는 작년 설 연휴 나흘간 총 187건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는 전년(94건) 대비 95.8% 늘어난 수치다.

일선 치안 현장에서는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포구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B순경은 “설 연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평소대로 근무할 뿐”이라며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아닌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 관계자도 “내가 근무해야 우리 가족과 지역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보단 그냥 일하는 것”이라며 “사건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데 경찰에 휴일이 어디 있나”라고 웃었다.

의료 현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선별진료소 등이 ‘풀가동’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전국에 256개 선별진료소, 어느 곳에 가더라도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연휴 기간 중에도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적극 권장했다.

이에 따라 현장 의료진들은 설 연휴를 잊었다. 성북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박모(31)씨는 “연휴 없이 계속 일할 것 같다”며 “선별진료소 의료진뿐만 아니라 일반 병동 의료진들도 다 고생한다. 아마 대부분이 일터와 집만 오갈 것”이라고 전했다. 인근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김모(25)씨도 “확진자 감소에 일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근무한다”며 “가족들을 만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연휴 기간 당직 근무를 이어가는 구청 직원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는 ‘설날 종합 대책’이라고 부서별로 당직 근무를 선다. 당연히 사명감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미크론 확산이 심해 방역 태세를 좀 더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기간 제설 작업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구청 관계자는 “예전 설에도 눈 치우러 출근하곤 했다”며 “제발 연휴 기간 동안 사건사고가 없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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