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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 中블랙홀 맞서 한국-대만 협력방안 마련해야

김민구 기자I 2016.02.01 04:01:01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대만 총통 선거는 예상대로 야당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집권 국민당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물리치고 승리했다. 함께 진행된 입법원(국회)선거에서도 민진당은 총 113석 가운데 68석을 장악해 행정과 입법을 모두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선거는 양안간의 통일과 독립, ‘중국은 하나이며 중국을 각자 표현 한다’라는 소위 ‘92 컨센서스’(92共識)외에 대만의 향후 경제 발전과 민생 불안에 대한 논의가 주된 화두였다. 기존 국민당 정부의 경제 실정이 직접 원인이지만 대만 경제의 지나친 중국 종속이 대만 미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도 작용했다.

대만인, 특히 젊은이들이 기존 국민당의 친중(親中) 정책에 부정적 자세를 보였다고 해서 5월 20일 출범하는 차이잉원 정부가 대중 경제교류나 의존도를 단번에 바꿀 방법은 없다. 중국도 차이잉원 총통 당선 후 대만에 대한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밝혔지만 대만도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 의존도가 경제정책 노선을 바꾸는 데 어려움을 주는 상황이다.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대만 경제의 동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40%에 달하며 타이상(臺商)으로 불리는 대만 기업이 약 30만개, 기업인도 약 100만 명 이상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만 GDP의 대중 의존도는 16%로 세계 1위이며 대만 해외투자 건수의 61%, 총액의 75%가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결국 양안 경제교류가 대만 경제발전에 도움이 안됐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문제인 셈이다.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총통 집권 시기에는 양안 경제교류 확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만 사람들의 40%는 양안교류 결과 대만이 손해를 입었다고 밝혀 수혜를 봤다는 응답(20%)을 크게 앞섰다. 지나친 중국 의존은 중국의 경제 침체를 대만의 침체로 이어지게 했고 중국에 투자한 대만 기업의 경쟁력을 앗아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기술력이 증가하자 모든 부품을 스스로 조달하는 중국식 공급망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을 구축할 태세다. 언어와 문화의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신성장산업 기술개발과 투자에 인색했던 대만 기업들은 중국의 견디기 힘든 ‘갑질’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차이잉원은 대중 의존도의 축소와 대만 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을 통한 경제 국제화 및 다변화를 적극 추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대만 경제의 실패는 기본적으로 세계 경기침체에 최대 원인이 있지만 중국과의 교역 및 투자가 대만의 고용 창출이나 경기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인 중국 의존도 축소는 대만 경제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

대중 경제의존도가 25%인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중국에서 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6대 교역국 대만과의 협력은 양측이 주요 산업분야 교역 및 대중 투자 진출에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과 중국과의 탄탄한 경제협력 기조를 감안할 때 한·대만 관계가 정치 외교적으로는 급진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2014년 한국과 대만 교역액은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 전체 교역액보다도 많은 300억 달러에 달할 만큼 활발하다.

한·대만 경제 관계는 흔히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양국간 경쟁 부문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너무 경쟁 일변도로만 인식하는 것은 큰 문제다. 이제 양국은 산업경쟁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보다 넓은 범위의 경제협력을 하기위해 이중과세 방지협정이나 투자보장협정 같은 제도 정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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