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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혼식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A씨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A씨는 유력가 자제도 아니었고, 교수도 아니었다. 게다가 두 자녀가 있는 기혼녀였다. A씨는 미혼모로 아이를 한 번 낳았고, 이후 미국 유학 생활에서 결혼해 또다른 자녀가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는 결혼식 이후에도 끊임없이 내연남을 만들었다. A씨는 가출해 내연남과 살림을 차리고 내연남의 아이까지 임신했고, 중절 수술을 했다. 피해자가 파악한 내연남만 10명이 넘어갔다. 결국 전남편은 A씨와 사실혼 관계를 파기하기로 마음 먹고, A씨에게 매달 70만원씩 위자료 7000만원을 받는 내용의 합의서를 받았다. 그리고 전남편은 마지막 배려로 A씨의 치부를 자신의 가족과 지인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A씨는 결국 전남편에 해코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전남편이 친오빠에게 자신의 치부를 따졌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2013년 11월 심부름센터로 찾아가 “퍽치기를 하거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게 한 후 강간으로 고소하는 등 혼내줄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후 A씨는 심부름센터 직원과 여러 차례 전남편의 납치 계획을 모의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전남편을 실명시켜줄 수 있느냐”고도 물었고 이에 심부름센터 직원은 “그러면 A씨를 죽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심부름센터 직원은 A씨가 설계한 시나리오대로 전남편을 꼬여내 2014년 1월 4일 모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전남편을 납치한 직원들은 고속도로로 차량을 몰았고, 전남편은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방심한 순간을 타 용인휴게소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며 달아났다. 이에 심부름센터 직원은 흉기로 전남편을 찌르고 차량에 강제로 태워 도주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피해 시속 150km로 달아나다가 추격전 끝에 결국 붙잡혔다. 하지만 전남편은 이미 과다 출혈로 숨져 있었다.
A씨는 재판 과정 내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가) 죽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며 오히려 자신이 전남편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강도치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즉시 항소하며 자신은 ‘말로 여자들을 괴롭히지 말도록 이야기하고, 피해자가 말을 듣지 않으면 겁을 줄 것’이라는 의뢰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3년이라는 더 무거운 형벌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는 결혼 전력, 외국에 살고 있는 아들의 양육비를 책임져야 하는 사정을 감춘 채 피해자에 접근해 결혼한 데다가 피해자 소유의 커피숍에서 현금을 유용한 정황이 드러나 결혼 파탄에 이르렀다”며 “그런데도 피해자에 대한 앙갚음을 계획해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2심 판결에 대법원까지 항고했으나 기각되며 징역 13년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