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그제 의원총회를 열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당론 채택을 요청한 지 26일 만이다. 하지만 불체포특권 포기는 당론 채택 없이 대변인 브리핑만으로 이뤄졌고 ‘정당한 영장 청구시’라는 단서 조항을 붙였다. 원내 대변인은 “정당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눈높이가 기준”이라고 답했다. 포기할지 안 할지 마음대로 선택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불체포특권에 대한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공약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지만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2월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뇌물혐의로 작년 12월 영장이 청구된 노웅래 의원은 물론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모조리 부결시켰다. 특권을 내려놓겠다면서 특권 뒤에 꼭꼭 숨은 셈이다. 대변인 말대로라면 지금까지의 체포동의안 부결은 모두 정당한 영장이 아니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인가. 법원이 평가할 정당성을 당사자가 한다니 ‘코미디’다.
국민의힘 소속의원 112명 중 110명은 이미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서명한 상태다. 그러나 의원들이 진짜 내려놓아야 할 것은 이뿐이 아니다. 내년 총선이 정치 개혁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의원 특권은 무려 186가지다. 월평균 1285만여원의 수당은 물론 보좌관 등 9명의 인건비, 출장비 등으로 의원실 1곳당 연간 7억원이 들어간다. 주유비, 사무실 운영비 등은 별도다. 구속돼도 입법활동비 등 수당이 지급되고 김남국 의원처럼 잠적해도 따박따박 수당이 꽂힌다. 철옹성 ‘기득권 카르텔’이다.
여야는 잇속 챙기기에 관한 한 한통속이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의원 전원에 특권·특혜 폐지의 찬반을 묻는 질문서를 보냈지만 찬성한 의원은 국민의힘 6명과 무소속 1명뿐이었다는 게 그 증거다. 입법 폭주와 혈세 낭비로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민심을 두 쪽 나게 한 일에 책임을 느낀다면 특권·특혜를 내려놓는 게 옳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듯 법을 만들고 국정을 이끄는 의원들도 특혜, 특권을 고집할 명분은 이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