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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 민족일보 사장 사형 47년 만에 무죄[그해 오늘]

이연호 기자I 2023.01.16 00:03:00

1961년 군부, "북한 활동 동조했다"며 31세 조 사장에 사형 집행
2006년 진실화해위, ''민족일보 사건'' 재심 권고
法, 2015년 1월 16일 재심서 조 사장 사후 47년 만 ''무죄'' 선고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15년 전 1월 16일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이 47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1961년 북한 활동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31세의 나이에 군사 정권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47년 만에 누명을 벗은 것이다.
1961년 12월 21일 조용수 사장 사형 집행 직전 모습.
지난 2008년 1월 16일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용석 부장판사)는 북한에 동조하는 사설과 기사를 게재(‘민족일보 사건’)했다는 혐의(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로 사형을 선고 받은 조 사장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조 씨와 이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양모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조 씨에게 적용된 특별법은 정당이나 사회 단체의 주요 간부라는 점이 전제가 돼야 적용이 가능하다”며 “민족일보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 법인이라는 점에서 사회 단체라고 볼 수 없고, 조 씨가 사회대중당의 주요 간부로 활동했다는 증거도 없기 때문에 공소 사실은 그 자체로 무죄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일반인이 반국가 단체의 활동을 동조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이후 제정된 반공법으로도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961년 6월 제정된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은 정당ㆍ사회 단체의 주요 간부의 지위에 있는 자가 반국가 단체의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체나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고무·동조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면서 공포 3년 6개월 이전 행위까지 소급 적용토록 규정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006년 11월 민족일보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법원에 재심을 권고했다. 이어 조 사장의 동생 용준 씨는 지난 2007년 4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 해 8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민족일보 사건은 1961년 군부 세력이 혁신계의 목소리를 대변한 민족일보를 5.16 군사 정변 3일 만에 폐간하고 조 사장을 ‘간첩 혐의자로부터 공작금을 받아 민족일보를 창간하고 북한의 활동을 고무 동조했다’는 혐의로 체포한 뒤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을 소급 적용해 처형한 사건을 가리킨다. 조 사장의 사형은 1961년 12월 21일 집행됐다. 민족일보 조 사장 사형 사건은 진보당 당수 조봉암 사형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과 함께 대한민국 사법부가 자인한 대표적 사법 살인으로 꼽힌다.

조 사장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 배석 판사 중 한 명은 과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씨다. 이 씨는 1997년 대선 당시 이에 대해 “당시 서울지법 판사 중에서 연소자 순으로 뽑혀 혁명재판부에 말석으로 참여했을 뿐이다. 나는 ‘이런 재판을 할 수 없다’며 사표를 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조 사장의 동생 용준 씨는 2008년 법원의 재심 선고 후 법정을 나서면서 “참 힘든 싸움이었다. 그동안 억울했던 심정을 말로 다할 수 있겠냐마는 재판부가 진실을 밝혀 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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