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항문을 무지와 편견의 영역에 남겨둘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 생물학에서 문화인류학까지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항문이라는 기관에 대한 지식을 샅샅이 파헤쳤다. 항문에 씌워진 오명을 하나씩 벗기고, 신체활동에서 항문이 차지하는 주요한 역할, 항문을 둘러싼 인류 역사와 문화, 현실의 문제 등을 폭넓게 탐구했다.
항문은 인간 발달 과정의 핵심이다. 인체 형성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곳이기 때문이다. 태아는 배아의 세포분열 초기 단계 생성되는 ‘원구’라는 구멍을 중심으로 성장한다. 이 구멍이 태아의 항문이 된다. 인간 정신의 측면에서도 항문은 중요하다. 프로이트를 비롯한 많은 정신분석학자는 항문기(출생 후 18개월에서 3년까지)를 인간의 정신 발달 과정 중 자아가 형성되는 중요한 단계로 본다. 항문과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다. 영국의 공식 국가(國歌) ‘갓 세이브 더 킹’은 사실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개가 치루 수술을 받을 때 왕을 응원하기 위해 만든 노래에서 나왔다. 8세기 아일랜드 문헌엔 방귀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공 ‘방귀꾼’(petomane)도 등장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금 항문을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항문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기에 인류의 보편성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또한 “항문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인류애를 품게 된다”고 강조한다. 항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흥미로운 논픽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