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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세, 韓에 압박 커질 것…탄소배출 총량관리 나서야"

최훈길 기자I 2021.07.16 00:07:00

[인터뷰]대통령 소속 탄소중립위원회 이유진 위원
“EU 탄소국경세 도입에 기재부·산업부 너무 안일”
“ESG 보고서 이대론 안돼, 깐깐해진 공시 불가피”
“차기정부 1순위 국정과제는 기후위기 대책돼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유럽연합(EU)이 2030년 온실가스 55% 감축 목표를 실행할 핏포(fitfor 55)를 발표하면서 이제 ‘발등의 불’이 됐습니다. 특히 세계 무역 규모 7위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겁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탄소배출 총량관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위원회 이유진(사진·46) 위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위기가 성큼 다가오는데 폭풍전야처럼 너무 조용하다”며 “세상의 판이 바뀌고 있는데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유진 대통령 소속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1975년생 △경남 마산 △경북대 무역학 학사·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 박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정책위원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위원장 △광주광역시 그린뉴딜 총괄정책자문관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공동대표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전 국무총리 그린뉴딜 특별보좌관 △전 서울에너지공사 비상임이사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위원은 20여년간 기후위기 대응을 연구해온 환경 전문가다.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정책위원, 서울시·광주광역시·경기도 자문위원, 국무총리 그린뉴딜 특보 등을 맡아 활발한 정책 자문도 해왔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가 이대로 대응하다간 큰 일 날 것 같다”면서 1시간 남짓 인터뷰 내내 ‘위기 경보’를 울렸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을 공식화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마련(올해 10월 초), 기후대응을 논의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10월 30~31일),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11월 1일~12일)가 잇따라 열린다.

특히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발등의 불’과 같다는 게 이 위원의 지적이다. 탄소국경조정제는 EU로 수출되는 제품 중 탄소 배출이 많은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에 추가 비용을 물리는 제도다. EU는 14일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2023년에 시행한다. 이어 2024년에는 배터리 부문부터 탄소발자국(생산부터 소비까지 제품이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 표시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위원은 “결국 우리 수출기업이 지금처럼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탄소발자국 1순위 적용 대상인 시멘트, 철강업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이 기후대응에 나서고 있어, 선진국이자 G7 정상회의에도 초청받은 우리나라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가 ‘기후악당’ 오명을 벗으려면 정부도 기업도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정부가 해외처럼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되고 체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과거 정부 당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해놓고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에서 ‘기후악당’ 오명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해외처럼 탄소중립이라는 큰 우산 아래 탄소배출 총량관리를 하고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기업의 경우에는 기후위기에 따른 재무적·물리적 위협을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위원은 “지금 공시되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는 중요한 데이터가 빠져 있어 진정한 의미의 ESG 보고서가 아니다”며 “앞으로는 기업이 재무적·물리적으로 기후위기 리스크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폐기물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 구체적이고 깐깐해진 기후대응 보고서를 공시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를 위해 이 위원은 “갈등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이견이 불거질 수 있고, 피해를 입은 산업·지역·종사자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이 위원은 “탈석탄·탈내연기관 시점, 전기요금 적정 수준, 신재생 확대 속도, 원전 건설 등 이슈가 산적하다”며 “대책을 마련하면서 보상 체계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눈 가리고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 논의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충분히 투명하게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사회적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적응전략,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 등 주요 대책이 올해 4분기에 발표된다.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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