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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일에 되새기는 붓다의 마음

김정숙 기자I 2012.05.17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7일자 3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정숙 칼럼니스트] 5월은 도심 거리와 사찰에 은은한 연꽃등이 달려 중생의 삶을 비춰준다. 석가탄신일이면 곳곳에서 제등 행렬이 있기 마련이다. 취타대의 우렁찬 음악과 함께 뒤에 따라붙은 불자의 행렬이 장엄함을 더한다.

마침 몇해전부터 녹야 국악관현악단의 취타대가 불교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의 제등 행렬에 동참해 행사의 엄숙함을 돋우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좀더 의미있는 날이 된것 같다.

국악의 궁중음악 장르 가운데 ‘영산회상’이 있다. 서양 음악으로 치면 일종의 관현악곡인데 그 유래는 불교 음악이다. ‘영산’은 붓다가 제자에게 설법을 펼치던 곳을 일컫는다. ‘영산회상’중 ‘염불 도드리’는 부처님을 우러르는 성악곡으로 ‘영산회상 불보살’이 후에 기악곡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일찌기 신라시대에 불교를 받아들여 사찰 음악 ‘범패’를 발달시켰다. ‘범패’에 포함된 악(樂)·가(歌)·무(舞)는 여지껏 전통 문화의 근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전통 문화와 전통 예술은 기악, 성악, 무용 등 분야에서 다양한 불교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불교 음악을 근간으로 근대에 들어서며 서양 문화의 다양하고 새로운 면을 받아들였다. 음악만 하더라도 이른바 ‘아리랑’ 5음계 (궁상각치우) 음률 구조가 ‘애국가’ 7음계 (도레미파솔라시도)의 변화하는 순간을 맛봤다.

5음계 음률에서 7음계 음률로 구조가 바뀌는 것은 결코 단순한 변화가 아닌 문화의 근간과 사상 자체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과 음의 구조는 사상과 사고, 주거 의식, 풍습, 교육과 실생활등 많은 부분을 지배하며 좌우하고 변모시킨다.

실제 우리는 개화기 이후 남존여비에서 남녀평등으로, 한옥은 아파트로, 한복은 양복으로, 한식은 양식으로 등등 삶의 형식과 내용 모두 면에서 변화를 경험했다. 전래의 관혼상제 풍습도 간편하고 편리한 서양식으로 바뀌었다.

문화란 시대와 역사를 반영하며 꾸준히 변모·발전하며 오늘에 이르고 내일로 흐르는 것이다. 문화란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니라 오직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다.

석가탄신일이면 사찰마다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범패의 음악이나 춤들, 또 요즘은 퓨전 국악 가수의 화려한 음악까지 대중이 함께 즐길수 있다. 산사에는 장르 구분없는 음악이 시끌벅적 야단법석을 이룬다.

이를 통해 수행에만 몰두하던 산사의 문이 활짝 열리고 대중과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는 셈이다. 크리스마스가 전세계인의 축제가 된 것처럼 석가탄신일도 문화 행사의 부분으로 자리잡아 장엄하고 화려하게 거리를 수놓는다.

깨달음에 다다른 붓다는 대중의 삶에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삶을 불살랐다.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야금 12줄을 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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