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정해근의 국제금융단상)야생원숭이와 세계경제의 해법

정해근 기자I 2006.09.13 07:01:00
[이데일리 정해근 칼럼니스트] `야생 원숭이가 살고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여름의 짧은 휴가를 길게 보내려고 해남땅을 지나 보길도로 가던 중 잠깐 들렀던 가학산 자연휴양림 입구에 써있던 안내문이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기도 해서 이내 잊어 버리고 무시했었는데, 웬걸 방갈로 뒷산의 울창한 소나무 위에 떡하니 원숭이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커다란 부엉이겠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긴 꼬리가 보이고 그야말로 목에 사슬도 없고 쇠창살에 갇히지도 않은 밖에서 사는 원숭이였습니다.

산에서 다람쥐 한 마리, 하늘에 나는 솔개 한 마리, 꽃뱀 한 마리만 보아도 기분이 남다른데 원숭이를 직접 눈으로 본 것은 말로만 들었던 아프리카의 사파리만큼이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얼마후 그 원숭인지는 모르겠으나 방갈로 근처의 쓰레기 더미를 서성이는 원숭이를 보고 대충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할 듯 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겨울에 얼어 죽지 않고 굶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은 일본의 온천근처에 많이 살고 있다는 원숭이보다는 강인한 생존능력을 가진 종자일 것이란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다시금 세계 경제의 화두는 성장과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의 저금리시대(아마도 거의 20여년이 넘게 미국의 저금리 추진정책이 계속되어 왔던 것 같습니다)를 거치며 간신히 경기회복이란 단물을 다 맛보기도 전에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의 앙등으로부터 비롯한 인플레이션 망령과 소비지출 급감위협이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습니다.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의 앙등과 고금리 및 최근의 주택버블 붕괴에 의한 소비지출 감소가 미국의 경기침체의 주요인이 될 수 있으며, 미국이외 국가들의 소득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소비지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세계경제는 침체될 것이란 비관론에 근거하여 향후 주식시장보다는 채권시장에서의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란 성급한 결론도 심심챦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공장역할을 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의 인플레 및 경기침체에 대비한 전략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고금리정책과 강세통화정책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합니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수준과 낮은 실질경제성장률과 함께 금리인상에 의한 부동산가격하락 및 기업들의 투자위축으로 인하여 더 이상 금리인상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국통화 강세라는 애꿎은 정책이 비자발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주식시장에 유포되고 있는 정보지들이 인용하는 대세 경기회복, 고도성장론도 나름대로의 배경이 있고 희망적 미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화두는 경기침체를 당연시 하는 가운데 이를 어떻게 부작용없는 완만한 경기하강(soft landing)으로 유도할 것인가에 고민하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마련에 골몰하는 것 같습니다.

올들어 대부분의 주요 통화들이 달러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고(원화:5.8%, 엔화:1.1%, 유로화:7.4%, 유안화:1.6% 등), 미국금리는 지속적인 단기 금리인상을 반영하여 단고장저의 우하향 수익률곡선(inverse yield curve)를 심화시켰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장기금리 하락이 더욱 가능성 높게 인식되고 있습니다(3개월 Libor:5.39%(전년말4.54%), 5년T/N:4.73%(전년말4.35%)).

다행히도 매년 이때쯤이면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공습으로 인한 피해까지 가세하여 석유시장을 괴롭히던 것이 사그라들고, 재고증가 및 OPEC에 거는 기대가 낙관적이 되면서 70불 밑으로 하락한 유가가 그나마 안심이 되긴 하지만 전반적인 장기 전망은 여전히 현수준 유지로 나타나고 있어 향후 경제전망에 적잖이 신경이 쓰입니다.

지난 주말의 미국 건설통계들이 좋지 않은 수치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건축활동 및 부동산 경기가 얼어 붙고 있다는 징후들이 확연합니다. 현재는 물론 향후 소비지출에 주는 충격이 대단할 것입니다. 멀리 태평양 건너의 먼 불이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초조하게 합니다.

며칠전 앞서 말한 그 야생원숭이가 등반객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생포하거나 안될 경우 사살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숭이 몇 마리가 얼마나 피해를 입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야생원숭이들이 많이 살고있는 일본에서는 마찬가지의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살려두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차제에 아마도 우리나라에선 한군데 뿐인 야생원숭이 서식지로 보호하는 방안도 있을 것 같은데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야생원숭이 문제가 몇 마리의 피해시각보다는 야생원숭이의 서식이라는 보다 큰 차원의 시각에서 접근하면 새로운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를 보는 시각이나 대처방안에 있어서도 매일매일 발표되는 작은 수치의 변동에 따른 대응도 중요하지만 전세계적인 보다 큰 흐름과 방향을 잡도록 노력하는 것이 새로운 시각과 해법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대우증권 OTC 파생상품영업본부장/상무)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