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넷 제로’원조 스웨덴의 속도조절...우리도 교훈 삼아야

논설 위원I 2023.09.25 05:00:00
2017년 세계 최초로 넷 제로(Net Zero·탄소중립)목표를 법제화한 스웨덴이 2045년까지 관련 입법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기후변화 대응 및 친환경 정책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국민의 고물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휘발유·경유 등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유류세를 감면해주기로 한 것이다. 영국도 내연기관차의 판매금지 시점을 당초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장하는 등 최근 선진국들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친환경정책을 속속 완화하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막자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이후 주요국들은 경쟁적으로 넷 제로를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한 일정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대의에 대중의 지지를 폭넓게 끌어낼 수 있었지만 점차 이에 소요될 천문학적 비용이 부각되면서 각국은 신중한 태도로 돌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매킨지는 향후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투입될 비용을 275조달러(약 37경원)로 추산했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미국·영국·일본처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인다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하지만 에너지 수급 구조상 필수적인 원전을 포기하고 30년 내 탄소중립을 이루는 건 터무니없는 목표였다. 국제 사회에 생색을 낼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국가자해와 같은 무책임한 이 선언에 산업계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가 급격한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기조를 뒤집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균형있는 조합을 위한 정책조합에 나선 건 바람직하다. 윤 대통령이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RE100(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캠페인)의 대안으로 원전·수소까지 폭넓게 활용하는 무탄소(CF·carbonfree)에너지 확산정책을 제시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선진국들의 변화된 정책기조를 감안해 에너지정책의 새판짜기를 더욱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 경영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NDC부터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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