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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씨는 2019년 안동시청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며 처음 만났다. 둘 다 가정이 있었지만 내연 관계로 발전해 약 두 달 간 교제했다. B씨가 “가정을 지키고 싶다”며 결별을 통보하자 A씨의 스토킹은 시작됐다.
범행 1년 전부터 A씨는 ‘아직 잊지 못했다’, ‘내 가정이 파탄 났다. 아내와 정리할 테니 나랑 함께 살면 안 되겠느냐’는 메시지를 B씨에게 보내며 그를 줄곧 괴롭혔다. B씨 시부모에게 자신과의 내연 관계를 폭로하고 B씨 남편을 찾아가 이혼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의 B씨에 대한 스토킹과 별개로 이 무렵 A씨의 가정도 파탄에 접어들었다. A씨는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일삼아 법원에서 가족들에 대한 접근 금지 처분을 받았다. 도박에도 빠져들어 아내와 처제 등에게 빌린 돈도 6억 원에 달했다. 이혼 소송 중이던 A씨는 아내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A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또 그 모든 불행이 B씨라는 망상이 머릿속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범행 나흘 전인 지난해 7월 1일 A씨는 아내에게 ‘네게 상처와 배신감을 줬던 때가 그X 만났을 때지? 내가 정리해 줄게. 그X 때문에 모든 것이 이렇게 됐고 공허함 때문에 도박에 다시 손을 댔다. 그런데 그X은 잘 먹고 잘 산다. 데리고 같이 간다. 내가 반드시 죽인다. 그 뒷일은 네가 겪어 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7월 5일 아침 일찍 B씨 집 앞까지 찾아갔지만 B씨를 만나지 못하자 그의 직장인 안동시청으로 곧장 차를 몰고 가 주차장에서 대기했다. B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할 말이 있다. 차에 타라”며 B씨를 위협했으나, B씨가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A씨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는 B씨를 쫓아가 흉기로 그를 살해했다. B씨가 피를 흘리며 발버둥쳤지만 그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지난해 10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5년을 명령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29년보다 1년 더 많은 형량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전에도 폭력 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 처벌 받은 전력이 있고, 모든 불행이 피해자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투사하는 망상에 빠져 적개심을 키우다가 잔인하게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피해자에게 과도한 집착과 적개심을 보여 온 피고인은 흉기를 미리 구입하는 등 치밀했고, 출근하는 피해자를 기다리는 등 범죄를 계획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엄마를 잃은 자녀들의 비참한 고통과 유족들이 엄벌을 원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심신 미약과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진성철)는 지난 3월 말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0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고려해 10년을 감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잔혹한 방법으로 계획 살인을 했지만, 다른 살인 범죄보다 형이 과중했던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5년의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A씨는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도 동료 수감자의 눈을 찌르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8시 20분께 대구교도소 미결 수용동에서 같은 방 수용자 B씨가 성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격분해 볼펜 촉을 이용해 B씨의 눈을 찔렀다.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