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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검찰 칼날 해시드로 향하나…수사 무게추 어디로

김연지 기자I 2022.08.25 05:52:20

검찰, 테라-루나 고공성장 조력자로 주목
''가능성 지지 vs 선동'' 중 어떻게 볼지 관심 집중
해시드 "아직 99% 보유, 손실 봤다" 주장하지만
업계 "원금은 이미 회수"…극초기 투자 따른 효과 톡톡
테라-루나 투자계약서에 "다음엔 70% 할인" 조항까지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해시드는 어떤 회사죠?”

지난 7월 말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압수수색할 당시 거래소들에 건넨 질문이다. 해시드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를 확인하는 차원이기 보다는 해시드의 평판 및 테라-루나 사태 연루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일부 거래소 관계자들은 해시드가 테라-루나의 급성장에 있어 조력자 역할을 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1차 압수수색에서 제외됐던 해시드가 이르면 검찰의 2차 수색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 사진=해시드 누리집 갈무리
◇ ‘가능성 지지 vs 의도적 펌핑’ 따지는 검찰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해시드의 테라-루나 사태 연루 가능성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테라-루나를 극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것을 두고 수사 칼날을 들이댈지 말지를 따지는 단계로 파악된다.

해시드가 테라-루나와 관련해 그간 취해온 행보 및 투자 수익화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테라-루나가 급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부터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온 배경과 원인 등을 분석하고 있다는 것. 실제 해시드는 앞서 지난 2018년부터 파트너 개인 명의의 합유자산으로 테라-루나에 투자해왔다. ‘결제에 특화된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앞세웠던 테라는 시드 라운드에서 해시드와 두나무앤파트너스, 바이낸스랩 등으로부터 3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시드와 테라 측은 공개적으로 끈끈한 관계임을 꾸준히 명시해오기도 했다. 테라 측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테라의 첫 파트너라는 점을 과시한 바 있고, 해시드도 2019년부터 꾸준히 테라-루나 관련 보고서를 펼쳐왔다. 예컨대 지난 2019년 말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루나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라는 제목의 가격 예측 보고서를 통해 자체적으로 설계한 가치평가방법론을 근거로 루나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해당 글이 게재된 뒤부터 개당 0.26달러에 불과했던 루나 토큰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대적 홍보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해시드의 한 애널리스트는 자사 블로그에 “테라 예치 시 기대할 수 있는 연리는 18~20% 정도인데, 이러한 확정 수익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도 종종 제기된다”며 “이 글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올해 1월에도 해당 애널리스트는 “연리 20% 수준의 수익 지급을 위한 기한이 30~35일밖 에 남지 않았다”며 “시장 금리보다 훨씬 높은 연리 15%의 수익률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검찰에서 해시드가 테라-루나의 가능성을 보고 순수하게 투자를 지속한 것인지, SNS를 통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조력자 역할을 한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보는 이유다.

◇ 4조 날렸다? 수익화 여부도 주목

테라-루나 투자에 따른 수익화 여부도 별도로 들여다보고 있다. 만일 검찰이 펌핑에 따라 수익화가 이뤄졌다고 볼 경우, 해시드는 수사 칼날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해시드 측에서는 투자로 보유하게 된 루나 3000만개의 99%는 처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루나 가치가 최고점에 달했을 때를 기준으로 이는 약 4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앞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내용을 언급하며 “우리가 투자하는 자산은 매우 실험적이다. 우리는 매매를 권장하지 않는 것을 항상 원칙으로 지켜왔다”고 했다.

테라 시드 라운드 투자 계약서 일부 발췌본. 해당 투자에 참여한 이후 다음 라운드에서는 70% 할인된 밸류로 라운드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
일각에서는 해시드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손해만 본 것으로 점치지만, 해시드 측 상황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 이야기는 다르다. 약 수십억 원에 달하는 원금은 이미 회수했고, 극초기부터 투자해온 만큼 그 효과를 고스란히 누려왔다는 것이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테라-루나의 시드 라운드 투자 계약서에 따르면 시드 투자 참여 시 다음 라운드는 70% 할인된 밸류로 투자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통상 할인 밸류로 투자에 참여한 투자사들의 경우 락업 기간을 길게 가져간다. 해시드는 현재까지 물량의 99%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 부문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다만 지난해 투자를 시작했다가 테라-루나를 대량매도한 갤럭시디지털 등 해외 투자사 대비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명백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시드의 테라-루나 투자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리워드 매도 등으로 원금 이상의 가치는 일찍이 실현했다”며 “테라-루나 가격이 정점을 찍었을 때 4조 원 수준으로 간 것이지, 원금 손실을 본 것은 확연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엄밀히 말하면 4조 원의 미실현 손해가 난 상황으로 확정적으로 손실이 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김 대표도 이러한 점 때문에 4조원의 손실이 났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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