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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IL은 지난해 10월 초 11만7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당시 국제유가가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4일(현지시간)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74달러(2.3%) 오른 배럴당 77.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는데도 S-OIL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모양새다. S-OIL은 지난 1월 9만9400원을 찍은 뒤 이날까지 16.3% 하락했다. ‘유가 상승=주가 상승’ 공식이 늘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유가 상승이 수요 증가에 의한 유가 상승이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상승인 데다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 동반 없이 유가가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정유사의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정제마진이 감소할 공산이 크다.
아울러 탐사·시추·생산을 하는 해외 석유업체와 달리 S-OIL은 정제·판매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유가와 주가의 동조화 현상이 덜 하다. 유가 상승폭만큼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이 오르지 못하면 오히려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2년 국제 유가가 110달러를 넘어섰을 당시 국내 정유 4사는 일제히 적자를 거뒀다.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점도 발목을 잡는다. S-OIL은 지난 4분기 영업이익 5567억원을 거둬 시장 예상치인 6079억원을 하회했다. 정유 영업이익은 정제마진 개선과 재고평가이익으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중국 산화프로필렌(PO)·폴리프로필렌(PP) 설비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석유화학 부문이 적자를 냈다. 러시아로부터 나프타 공급이 어려워질 경우 올해도 화학부문은 부진이 예상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 재고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인플레이션 헤지도 가능하다”면서도 “지금과 같이 수요가 아닌 공급차질에 따른 강세 지속은 최종제품 수요를 훼손시킬 수 있어 정유사들에도 유가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