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되고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입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꿉시다.” 당시에 이 회장이 설파했던 신경영 선언 중 지금도 회자되는 말이다.
이 회장은 당시 후쿠다 다미오 고문에게 삼성 제품이 미국시장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이후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나왔던 것이 신경영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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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전문가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변호사는 “당시에도 한국에서 손꼽히는 기업이던 삼성을 이 회장은 왜 엄청난 충격을 줘가면서 변화하려고 했을까”라며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진행하려고 한 이유는 현상유지편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상유지편향은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의사결정에서 나타나는 지각적 편향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성립된 행동을 특별한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삼성은 1등이었기 때문에 큰 변화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더 강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철저히 계산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류 변호사는 “당시 1등 기업이었던 삼성의 변화를 위한 동기는 크지 않았다”며 “변화를 통해 얻는 게 압도적이지 않으면 강력한 현상유지편향 때문에 유지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더로서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 치밀하게 전략을 세웠을 것”이라며 “메시지를 어떤 분위기에서 전달할 것인지를 철저하게 고민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1995년 3월 9일 경북 구미공장 앞에서 벌어졌던 ‘애니콜 화형식’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애니콜의 불량률이 12%에 달하자 이 회장의 지시로 당시 15만대의 애니콜을 불태운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품질로 도약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애니콜 화형식 17년 후인 2012년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 약 4억 대의 단말기를 출하하며 애플을 제치고 세계 단말기 시장 1위에 오른다.
류 변호사는 “강렬한 세리모니를 통해 이 회장은 품질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며 “이를 통해 양에 집중하던 시대에서 본격적으로 질에 집중하는 삼성전자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