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창업마중물, 액셀러레이터]①'창업 산고' 해결사…액셀러레이터 '뜬다'

김정유 기자I 2017.12.25 04:00:00
22일 세종시 아이빌트세종에서 열린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창립 기념 행사에서 이준배 초대 협회장(왼쪽에서 열번째)등 29개 회원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세종=이데일리 박경훈 김정유 기자]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창업투자보육기관) 지원이 없었다면 창업 초기부터 사업 기반이 크게 흔들렸을 겁니다.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자금 유치와 특화된 보육을 받아 제품 상용화까지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고범준(31) 대표는 수도권 소재 대학을 졸업한 후 짧은 직장생활을 거쳐 지난해 4월 가상현실 자막 솔루션업체인 민트팟을 창업했다. 하지만 그는 창업 초기부터 자금 조달과 운영 등에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은 그에게 출신 학교 등을 물어본 후 “투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좌절감에 사업을 접을까도 생각했다. 이런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은 세종시에 위치한 액셀러레이터 ‘아이빌트세종’이었다. 일반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달리,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앤젤투자와 함께 멘토링과 보육, 연구개발(R&D) 산학연 연계 지원 등 ‘함께 성장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민트팟은 아이빌트세종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아 창업한지 1년 반 만에 총 1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며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22일 오전에 방문한 아이빌트세종. 이날 이곳에는 유망한 ‘스타트업’(Start-up·창업초기기업)들을 발굴하고 보육하는 국내 액셀러레이터 29개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정부에 등록된 민간 액셀러레이터들이 연합체인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를 창립한 것. 액셀러레이터들이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액셀러레이터 등록제가 시행된 후 1년여 동안 준비 단계를 거친 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총 55개의 액셀러레이터가 정부에 등록됐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이준배(48)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초대회장(아이빌트세종 대표)은 “액셀러레이터 제도 활성화가 곧 창업생태계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도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기업이 자라고 또 성장한 기업이 다시 새로운 기업을 보육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 창업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이 같은 액셀러레이터 시장 확대는 의미가 크다. 과거 일부 대도시에서 운영 중인 창업·보육시설을 제외하면 ‘스타트업 보육’에 방점을 찍은 조직은 흔치 않았다. 일부 엔젤투자 업체들이 투자와 함께 컨설팅 등 일부 보육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스타트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여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마저도 대도시와 수도권 위주여서 지방 스타트업들의 경우 자금 수혈의 길은 더 좁았다.

이번 협회 출범을 계기로 민간 주도 창업 활성화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기부에 등록된 액셀러레이터 55개 중 35%인 19개 업체가 비수도권에 있어 전국적인 창업보육시스템 확대도 기대된다. 이같이 액셀러레이터가 현 창업시장의 한계를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액셀러레이터 제도가 도입된 지 1년여 지난 시점인데 지금은 워밍업 기간이 끝나고 활성화 바람을 타는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민간주도형 창업생태계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액셀러레이터가 주력하는 분야도 다양하다. 회장사인 아이빌트세종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12개 업체가 입주했다. 코맥스벤처러스는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크고리는 농업·문화, 아이파트너즈는 소재·부품 분야에 주력한다. 이들 액셀러레이터는 적게는 10여개, 많게는 50여개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 이재홍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민간 중심 창업생태계 조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이 필수”라며 “액셀러레이터와 창업자, 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할 때 ‘혁신성장’이란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연동면에 위치한 아이빌트세종. (사진=아이빌트세종)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